병에 안 걸려야 대풍…과수묘목 '무병장수' 시대 열린다

입력 2018-04-11 08:21
병에 안 걸려야 대풍…과수묘목 '무병장수' 시대 열린다

작년 무병 묘목 공급률 2.5%→2025년까지 80% 향상 추진

묘목 주산지 옥천에 바이러스 검정실 설치, 시스템 구축

(전국종합=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같은 밭에서 생산된 사과·배라도 크기나 맛이 천차만별이다.

멀쩡하던 과일이 수확을 코앞에 두고 썩거나 나무에서 떨어져 농민들을 애태우기도 한다.



과일나무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길 수 있는 현상들이다.

과일나무에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여러 종 있다. 감염될 경우 생산량이 줄고, 열매의 크기나 당도가 떨어지는 데다 병충해에도 취약해 풍성한 농사를 지을 수 없다.

과일 농사의 성패가 묘목 선택 단계에서 갈린다는 얘기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에는 한해 300만∼400만 그루의 과수 묘목이 유통되는 데 이중 30∼60%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9∼2013년 조사된 감염률은 복숭아 65%, 사과 47.6%, 포도 47.3%, 감 30%, 배 29%, 감귤 25.4% 등으로 나타났다.

감염된 나무는 생산성이 20∼40% 감소되고, 당도는 2∼5브릭스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착색 불량이나 기형 과일 발생 등 품질도 저하된다.

정부는 과수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무병묘(無病苗) 생산·유통 활성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025년까지 무병묘 공급률을 80%대로 끌어올려 생산성을 24% 높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무병묘 공급률은 2.5%에 불과하다.

국내 무병묘 생산·유통기반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2006년 경북 상주에 설립된 중앙과수묘목관리센터가 바이러스 없는 원종 대목(臺木)과 접수(接樹)를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민간기관이다.

검사 시설도 빈약해 이 센터를 포함해 국립종자원, 농촌진흥청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경산종묘기술개발센터 정도에 바이러스 진단 검정실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바이러스 검사를 받지 않은 묘목이 마구 유통되고, 농민들도 별다른 거부감이나 문제 의식 없이 병든 묘목으로 농사를 짓는다.



이런 가운데 국내 최대 과수묘목 생산지 중 한 곳인 충북 옥천군 농업기술센터가 올해 10월까지 바이러스 검정실을 새로 갖춘다.

이 센터는 국비 등 5억원을 들여 청사 2층(80㎡)에 12종의 검사장비를 갖춘 검정실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 지역에는 240㏊의 묘목밭이 있고, 한해 700만 그루의 과수와 조경수가 생산·유통되는 곳이다.

옥천군 농업기술센터는 몇 해 전부터 중앙과수묘목관리센터에서 들여온 무병 접수로 생산한 포도 대목을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한해 10만 그루를 생산한 적도 있다.

전귀철 센터장은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묘목 생산·유통시장에서 무병묘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검정실 설치를 계기로 관내 무병묘 공급이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촌진흥청 감귤연구소는 무명 감귤 묘목 16품종을 확보한 상태다. 이를 토대로 2023년까지 국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감귤묘목을 무병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연구소 관계자는 "품질 좋은 감귤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려면 무병묘 공급이 선행돼야 하고, 이를 위한 체계적인 생산·유통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과수묘목 생산자의 품질보증 항목에 바이러스 검정을 의무화했다. 무병묘 생산·공급기반 구축과 더불어 보증체계를 갖춰가는 중이다.

농식품부 원예경영과 관계자는 "묘목 주산지에 무병묘와 일반묘의 차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전시포를 운영하고, 무병묘가 아닌 경우 품종갱신 등 정책사업에서 제외하는 등 건강한 묘목 유통을 위한 유인책도 펴고 있다"고 말했다.

bgi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