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주춤하니 황사·꽃가루…"집 나가기 겁난다"
20일간 시·도 합산 미세먼지 나쁨 59회…초미세먼지는 101회
오늘부터 황사 영향권 '대기질 악화'…꽃가루 시기도 곧 도래
(전국종합=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엄마, 놀이터에 공기청정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밖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을텐데…"
청주에 사는 주부 이모(37)씨는 최근 다섯 살배기 아들이 창문에 꼭 붙어 내뱉은 이 말 한마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연일 '보통'과 '나쁨' 수준을 오락가락 미세먼지 농도 때문에 야외활동을 삼간 지 오래된 탓이다.
이씨는 "한창 뛰어놀 나이인데 투정부리는 아이를 달래는 마음이 편치 않지만, 건강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 않으냐"며 "큰 맘 먹고 마스크를 씌워주고 나가면 아이가 답답해 하면서 이내 벗어던지는 통해 외출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풍경은 일반 가정뿐만이 아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들도 갇혀 있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달래는 게 일상이 됐다.
누리과정 지침상 영유아 교육기관은 매일 1시간가량 아이들에게 신체활동을 시켜야 한다. 신체활동에는 실내 체육·놀이도 포함되지만 가능하면 야외활동을 권장한다.
과거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에 근접하더라도 '보통'으로 예보되면 야외활동을 강행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세먼지 기준이 강화되고, 학부모들의 원성이 높아진 탓에 실시간 미세먼지 측정을 통해 조금이라도 우려되면 야외활동을 실내 신체활동을 대체한다는 게 보육계의 전언이다.
11일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봄철로 접어든 최근 20일간 전국 17개 시도를 합산한 하루 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 '나쁨'(81∼150㎍/㎥) 발생 횟수는 59회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대전이 6회로 가장 많았고,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은 지역은 전남이 유일했다.
기준이 강화된 초미세먼지(PM-2.5) 농도 '나쁨'(36∼75㎍/㎥) 발생 횟수는 무려 101회나 됐다.
지난달 24일과 25일은 이틀 연속 전국 모든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이면 온종일 대기상태가 나빴다는 얘기다.
특히 하루 평균이 아니라 시간당 미세먼지 농도를 보면 일시적으로 대기 질이 나빠지는 경우도 많아 평균값이 '보통'이더라도 실제 체감 대기 질이 나빴던 날은 더욱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기 질 걱정은 당분간 더 심화할 전망이다.
또 다른 '봄의 불청객' 황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평균 봄 황사 발생 일수는 5.4일이다.
기상청과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9일 고비사막과 내몽골 부근에서 황사가 발원한 데 이어 10일에는 중국 북동지방에서 추가 발원했다.
이 황사가 기압골 후면을 따라 남동진해 11일부터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황사는 중국 북동지방에서 발원한 흙먼지로 미세먼지와는 다르지만, 미세먼지의 대기 확산을 막아 농도가 짙어지는 원인이 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황사에 국외 미세먼지까지 겹치면서 이날 수도권·강원 영서·충청권·전북의 미세먼지 농도를 '매우 나쁨', 그 밖의 권역은 '나쁨' 수준을 예보했다.
여기에 곧 각종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도 곧 도래한다.
미루나무류인 양버즘나무의 종자 솜털과 소나무의 송홧가루 등이 봄에 피해를 주는 대표적인 꽃가루로 4∼5월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꽃가루는 크기가 작고 가벼워 공기 중에 떠다니며 대기 질을 악화시킨다.
한 알레르기 내과 전문의는 "꽃가루는 바람을 타고 쉽게 이동하기 때문에 입이나 코를 통해 체내에 들어가면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결막염 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들 증상은 미세먼지와 황사 등에 노출되면 더욱 악화하니 초기에 병원을 찾아 진료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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