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4년] ⑤ 진상규명·관련자 처벌은 여전히 진행형

입력 2018-04-12 06:20
[세월호 4년] ⑤ 진상규명·관련자 처벌은 여전히 진행형

검찰, 박근혜 전 대통령 '7시간 의혹' 최근 규명…관련자들 줄기소

세월호 특조위 방해 의혹도 올해 기소…유병언 차남 행방 오리무중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304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나흘 뒤면 4주기를 맞지만, 유가족을 포함한 많은 국민이 바라는 '철저한 진상규명 및 처벌'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12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2014년 참사 이후 이준석 선장에게 무기징역이 확정되는 등 항해사와 기관장을 포함해 10명 넘는 승무원이 징역형에 처해졌고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김한식 대표 등 임직원과 화물하역업체 관계자들도 실형을 받았다.

현장에 있거나 관련 업무를 맡았던 인물들은 상당수가 법의 심판을 받았지만, 재난관리의 최종 책임을 져야 할 정부 인사들의 잘못을 규명하는 과정은 이제 겨우 검찰 수사가 일단락돼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단계에 있다.

대형사고에 대처할 최종 책임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청와대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의혹'은 불과 2주 전에야 검찰 수사로 사실관계의 일단이 드러났다.

이 의혹은 참사 당일 첫 상황보고 이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방문하기까지 7시간 동안 박 전 대통령이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를 전혀 알 수 없다는 의문에서 제기됐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과정 등에서도 첨예한 쟁점으로 다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제출한 '7시간 행적'에서 자신은 사고 후 오전 10시 첫 서면보고를 받고 15분 후 구두 지시를 내리는 등 관저에서 정상적인 대응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2016년 11월에는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을 담은 '이것이 팩트입니다'를 통해 20∼30분마다 직접 유선 등으로 상황보고를 받아 업무지시를 했고, 국가안보실장과 전화를 주고받은 뒤 오후 3시 중대본 방문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많은 이들이 이런 해명이 석연치 않다고 생각했음에도 진실은 밝혀지지 않은 채 묻히는 듯했다.

그러다가 정권 교체 후 작년 9∼10월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내 캐비닛 등에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참사 당일의 상황보고 일지를 조작하고,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 변경한 자료가 발견되면서 검찰 수사가 이뤄졌다.

서울중앙지검은 5개월 넘는 수사 끝에 참사와 관련한 첫 상황 보고서가 오전 10시 19∼20분께로, 이미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인 오전 10시 17분이 지난 뒤였음을 확인했다고 올해 3월 28일 밝혔다.

김장수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오전 10시에 상황보고서 1보 초안을 전달받은 뒤 바로 보고하려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집무실이 아닌 관저의 침실에 머물며 전화도 받지 않아 안봉근 전 비서관이 찾아가 10시 20분께야 사고 사실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10시 30분께 김석균 당시 해양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구조 지시를 내린 뒤 오전 내내 별도의 연락을 하지 않은 채 관저에 머물렀고, 오후 2시 15분께 관저에 방문한 최순실 씨 등과 40분간 회의를 거쳐 중대본 방문을 결정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렇게 당시 청와대에서 벌어진 상황을 재구성하는 데 성공한 검찰은 구조의 골든타임이 지난 후에야 대통령 보고와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을 감춰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거짓 주장을 내놓고 보고서를 변조한 것으로 본다.



검찰은 보고 및 지시 시각을 조작한 김기춘 전 실장과 김장수 전 실장을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윤전추 전 행정관을 헌재에서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을 허위 증언한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또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상 재난 상황의 컨트롤타워를 국가안보실에서 안전행정부로 적법한 절차 없이 임의로 수정한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도 공용서류손상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박근혜 정부가 7시간 의혹을 필사적으로 감추려 한 다른 정황도 최근에야 서울동부지검의 수사로 밝혀졌다.

2015년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을 조사하려 하자 청와대와 해양수산부 고위 공직자들이 조직적으로 방해에 나섰다는 것이 수사 결과다.

검찰은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 안종범 전 경제수석, 해수부 김영석 전 장관, 윤학배 전 차관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2∼3월 기소했다.

이들은 특조위에 파견된 공무원들에게 내부 동향을 파악해 보고하도록 하고, 당일 박 전 대통령의 행적 조사를 무산시킬 계획을 마련해 실행한 혐의를 받는다.

지시에 따라 해수부 공무원들은 박 전 대통령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마련하는 문건과 특조위의 행태를 비판하는 문건 등 다량의 대응문건을 마련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청해진해운이 속한 세모그룹 유병언 전 회장 일가에 대한 수사와 처벌도 아직 진행 중이다.

도피 3년 만인 지난해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강제송환된 유 전 회장의 장녀 섬나 씨는 40억원대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 돼 현재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섬나 씨는 1심에서 징역 4년과 추징금 19억4천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55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 씨는 여전히 수사망에 걸려들지 않고 있다.

미국 영주권자인 혁기 씨에 대해 검찰은 인터폴을 통해 적색 수배령을 내리고 범죄인인도를 요청했으나 혁기 씨의 소재는 드러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남미 등 제3국으로 도피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각가로 활동한 장남 대균 씨와 달리 혁기 씨는 사실상 유 전 회장의 경영 후계자로 계열사 경영을 주도한 것으로 의심받는다. 따라서 유병언 일가의 경영비리 수사를 마무리하려면 혁기 씨의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

다만 섬나 씨와 혁기 씨 외에 유 전 회장 일가는 대부분 법의 심판을 받았다.

유 전 회장의 아내 권모 씨는 횡령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유 전 회장의 형 병일 씨, 동생 병호 씨, 처남인 권모 씨도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유 전 회장 본인은 세월호 참사 직후 도피생활을 하다가 2014년 6월 전남의 한 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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