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손길 내민 시진핑…"개방·수입확대로 무역역조 시정"

입력 2018-04-10 13:28
트럼프에 손길 내민 시진핑…"개방·수입확대로 무역역조 시정"

자동차 수입확대는 트럼프 '표밭' 환영 카드…'대화로 해결' 피력

보복관세 등 반격조치나 강한 언사 없어…수출·기업인수 통제 불만도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한 번 대화의 손길을 내밀었다.시 주석의 10일 보아오(博鰲)포럼 개막식 연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해온 미중 무역문제 부분에 상당 부분을 할애하며 양국 간 무역전쟁을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가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대외개방 확대를 통해 양국 간 무역전쟁을 촉발한 무역 불균형을 시정해 가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미국의 강공에 맞불을 놓는 보복관세 등 반격조치나 강한 언사는 없었고 미국의 지적사항과 관련해 일부는 수용, 또는 반박하는 모습을 보이며 앞으로 개선하겠다는 데 중점을 뒀다.

'협상을 원한다'는 시 주석의 메시지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대중 관세 조치를 주도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앞서 "미국은 중국의 목소리를 듣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 주석의 이날 연설에서 강조된 부분은 "중국이 무역수지 흑자를 목표로 하고 있지 않으며, 진지하게 수입을 확대하고 경상수지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가 중국의 개혁·개방 40주년을 맞는 해라는 점을 내세우며 ▲시장진입 규제 완화 ▲투자환경 개선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적극적 수입 확대 방침을 강하게 천명했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 당국이 미국에 보복관세로 강하게 반발해왔던 것과는 달리 시 주석은 이날 대대적인 수입품 관세 인하를 약속했다.

그는 "올해 자동차 수입 관세를 상당히 낮추는 동시에 일부 다른 제품의 수입 관세도 낮출 것"이라면서 "중국 인민의 수요를 고려해 관련 상품의 수입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자동차 수입확대는 무역전쟁과 관련한 미국 내 반중 정서를 단기적으로 완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인 중서부 '러스트벨트'에 혜택을 줌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를 강화해줄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이 같은 기류라면 중국이 앞서 발표한 미국산 대두, 자동차, 항공기 등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 방침도 사실상 '엄포'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미국의 공세에 맞서 중국이 꺼내 들 수 있는 카드를 스스로 포기한 것도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대변한다.

시 주석은 시장 진입 확대를 약속하며 "서비스업, 특히 금융업의 은행, 증권, 보험 등 외자 투자 제한 조치 완화를 구체화하는 동시에 외자 금융기구의 설립 제한도 완화하고 보험업의 개방 절차를 가속하겠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미가입 상태인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에 이른 시기에 서명하겠다고도 했다. 3조1천억 위안(528조 원)에 달하는 중국 조달물자 시장에 미국 기업의 진입을 제한할 수 있는 카드를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국제 무역 규칙에 따라 투자환경의 투명성을 제고할 것"이라면서 "올해 상반기에는 외자 투자 네거티브 리스트에 대한 수정 작업도 마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이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시 주석은 "올해 안에 '국가스마트재산권국'을 새롭게 발족해 지식재산권 문제에 대한 집행력을 강화함으로써 '위법한 원가'를 대폭 상향시키고 법률의 '위협 역할'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미국의 시장개방 요구가 다소 강압적이라는 시각도 비췄다.

그는 "중국의 제조업은 현재 기본적으로 개방된 편이고 자동차, 선박, 비행기 등 소수 업종만 제한을 받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 업종도 이미 개방 여건이 구비돼 있는 만큼 다음 차례로 외국자본이 참여할 수 있는 지분 규제의 완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특히 자동차 업종의 외자제한 기준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시 주석의 이 같은 입장 피력이 그간 미국 자동차 기업 등이 기대해온 중국 기업과의 합작 의무 폐지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이런 합작 의무를 미국 기업들은 중국이 강제로 기술이전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

시 주석은 이와 함께 수입을 늘리고 싶어도 미국이나 유럽 등이 국가안보 명목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수출 혹은 기업 인수를 통제하고 있는 문제에도 에둘러 불만을 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중국산 수입품 품목들이 중국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 '중국제조 2025'의 첨단산업에 집중된 것에 대한 불만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선진국들이 정상적, 합리적인 하이테크 제품 무역에 대해 인위적 제한을 설치하는 것을 중단하고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제품 수출 통제를 완화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미중 무역전쟁에 이처럼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한 것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항해 자유무역 수호자이자 전도사로서 입지를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는 "역사는 우리에게 개방은 진보를 가져오고 폐쇄는 낙후된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미래를 향해 같은 배를 타고 개방형 세계 경제를 추구하며, 다자 무역 체계를 수호하고 경제 세계화가 더욱 개방적이고 포용적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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