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해수담수화 시설 가동정지 100일…애물단지 전락
부산시·국토부 서로 책임 공방 속 최소 운영방안 논의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거의 2천억원이 투입된 부산 기장 해수 담수화 시설이 가동을 멈춘 지 100일이 지났다.
지난 9일 부산 기장군에 있는 기장해양정수센터.
정문을 지나 도착한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 홍보관 1층에는 불이 꺼져 있었다.
2층 사무실에는 부산시상수도본부 직원 8명이 근무하고 있다.
한 직원은 "지난 1월 해수담수화 시설이 가동이 정지된 이후 부산시상수도본부 직원들이 기계, 화공, 전기, 토목, 방사성물질 분석으로 나눠 기본 시설유지에 필요한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닷물을 수돗물로 만드는 해수담수화 설비의 핵심인 역삼투시설(RO)에 들어서자 요란한 기계 소리 대신 정적만 흘렀다.
바닷물을 취수하고 배출하는 시설, 각종 이물질을 제거하는 이중여과지(DMF)와 한외여과막(UF) 시설도 가동을 멈춘 상태였다.
2009년부터 국비 823억원, 시비 424억원, 민자 706억원 등 모두 1천954억원을 들여 2014년 완공된 기장 해수 담수화 시설은 하루 수돗물 4만5천t을 생산, 5만 가구에 공급할 수 있고 역삼투압 방식 담수화 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해수 담수화 시설은 지금 방사능 오염 논쟁에 휩싸여 있다.
고리원전과 11㎞ 떨어진 곳에 있는 해수 담수화 시설에서 생산된 수돗물을 마실 수 없다며 주민들은 집단 반발했다.
시설가동 책임사업자인 두산중공업 직원들이 유지관리에 필요한 최소 비용 10억 원을 확보하지 못해 철수하면서 가동이 완전히 중단됐다.
해수 담수화 시설의 운명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가동 중단이 장기화하면서 시설 노후화가 진행되고 거액의 예산이 낭비됐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지만 관련 당국과 기관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부산시는 기장 해수담수화 핵심 시설이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소유권자인 국토부가 유지관리에 나서면 시도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부산시상수도본부 관계자는 "복수 배관 공사를 완료하고 지난해 10월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선택적 공급을 할 계획이었으나 국토부에서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고 해서 물 공급을 못 했다"며 "시 소유 시설 유지관리에 필요한 예산은 편성돼 있어 국가 시설 운영자금이 있어야 (해수담수화 시설) 재가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국토부는 해수담수 재가동을 위한 정부 예산 지원은 안 되고 참여 기관(부산시, 두산중공업, 국토진흥원)이 노후화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 운영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장 해수담수화 사업에 참여한 기관이 플랜트 시설 노후화가 진행되지 않도록 유지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본 과제가 끝나 시설 운영이 가능한 시점에서 물 공급 주체인 부산시가 유지관리를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장해수담수반대부산범시민대책위원회는 "핵발전소 인근 바닷물을 주민 동의도 없이 수돗물로 공급하려 한 기장해수담수 사업은 결국 혈세만 낭비한 실패한 사업으로 판명 났다"며 "실패한 사업의 책임공방은 경제적 논리로 언제든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부산시가 기장 해수담수를 실패한 사업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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