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와 테슬라 시대…사라지는 미국 군소자동차 딜러들
마진축소·인터넷판매 흐름에 공유경제 영향까지 가세
상업부동산 가격 상승도 중소 딜러들엔 사업매각 유혹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의 군소 자동차 딜러들이 급격한 여건 변화로 속속 사업을 접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8일 보도했다.
미국 각지에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동차를 판매해왔던 군소 딜러들이 대형 판매회사나 투자회사들에 사업을 매각하는 추세가 근년에 들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신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데도 이처럼 군소 딜러들이 대거 시장을 떠나는 것은 전기차, 자율주행차, 차량 공유 서비스로 인해 여건이 불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의 딜러숍 거래 자문사인 케리건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대략 1천개의 딜러숍이 손바뀜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뉴욕의 소규모 자동차 딜러인 에네사 카본은 대형 판매회사인 리시아 모터스에 최근 사업을 매각했다. 그는 자식 가운데 한 명이 가업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지 못할 만큼 업계 여건이 바뀐 탓이라고 설명했다. 리시아는 시가총액이 25억 달러에 달하는 상장사다.
갈수록 축소되는 판매 마진, 10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대형 판매회사들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서는 향후 5년간 매출을 3배가량 늘려야 할 만큼 사정이 나빠졌다는 것이 군소 딜러들의 호소다.
인터넷 덕분에 자동차의 판매 가격이 투명해지면서 고객들의 선택권은 넓어졌고 인터넷을 통한 중고차 거래도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 판매 마진을 박하게 만든 요인이다.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는 딜러들을 아예 무시하고 온라인 판매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우버 테크놀로지는 앞으로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대신 공유서비스에 의존하는 것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공언한다.
자문사인 케리건의 창업자 에린 케리건은 지난해 약 200개의 군소 딜러숍이 거래됐으며 이는 사상 최고수준에 근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업무용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덕분에 딜러들이 사업 매각을 통한 현금화, 혹은 큰손 투자자들과의 협력을 서두를 것으로 본다고 말하고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딜러숍의 손바뀜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뉴잉글랜드주의 프라임 모터 그룹은 모두 25개의 딜러숍을 운영하면서 연간 15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어 군소 딜러에는 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유주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지난해 9월 캡스톤 오토모티브 그룹에 회사를 팔았다.
로젠버그는 이에 대해 장차 벌어질 경쟁에서 살아날 만큼 규모가 크지 않다고 판단해 매각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새 주인이 된 캡스톤은 그에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맡기고 연간 매출을 45억 달러로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딜러 업계의 세분화, 지역화가 심해 합종연횡에는 실익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오토네이션과 그룹 1 오토모티브 같은 대형 딜러들은 앞으로 딜러 업계에서도 규모의 경제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수년간 미국의 신차 판매 대수는 연간 1천700만대 전후를 오가고 있었고 올해도 이 범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딜러 업계에서는 휘발유 가격 하락으로 승용차보다 고가 모델인 픽업트럭과 SUV가 크게 인기를 끌고 있어 사업 전망을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판매 마진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이들이 당면한 고민이다. 전미자동차딜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딜러들이 챙긴 신차 판매 마진은 2.5%로 2009년의 4.7%와 비교해 절반 가까이 떨어졌고, 2009년 당시 10.7%였던 중고차 판매마진도 6.9%로 내려갔다.
향수 수년간 고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도 역풍이 될 공산이 크다. 전기차는 엔진이나 트랜스미션이 없기 때문에 휘발유차에 비해 수리비가 덜 들며 이는 딜러들이 부대 서비스를 통해 챙길 수 있는 몫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많은 애널리스트는 향후 자동차를 소유하는 대신 자율주행 전기차를 공유하는 쪽을 택하는 미국인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 마진 위축에 시달리는 딜러들을 더욱 압박할 변화다.
딜러들이 사업 매각을 서두르는 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미국의 업무용 부동산 가격 상승에 동반해 이들이 딜러숍을 두고 있는 부지의 가격도 상당히 올랐기 때문이다.
리서치 업체인 그린 스트리트 어드바이저스에 따르면 미국의 업무용 부동산 가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고점을 25% 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딜러들에게는 사업을 완전히 접기를 부추기는 유혹인 셈이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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