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온건화 박차…애플 사업장에 남녀 근무 허용
외국계 기업에 첫 허용…다른 기업들도 진출 잇따를 듯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앞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애플 사업장에서는 남녀가 함께 근무할 수 있게 된다.
애플이 남녀 동반 근무 허용을 신청했고 사우디 정부는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차원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줬다.
이에 따라 애플 사우디 사업장에서는 사우디 진출 외국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남녀가 함께 일하게 된다.
이는 사우디 정부의 온건화 조치의 일환이다.
운전과 함께 극장·경기장 출입을 허용하는 등 여성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려는 사우디 정부의 노력이 뒷받침돼 있다.
애플은 사우디 정부 측으로부터 사업장에서 남녀가 함께 일하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 전했다.
이를 계기로 애플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계 기업들도 잇달아 지사나 매장을 설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중동에서는 처음으로 2015년 두바이와 아부다비에 매장을 열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주주총회에서 "가장 다문화적인 팀이 가장 좋은 성과를 낸다"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주 사우디에 아이폰 페이스타임 영상통화 시스템을 갖추고 가동에 들어갔다. 사우디가 인터넷 통화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철폐했고 애플이 관련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한 덕이다.
쿡 CEO는 지난주 실리콘밸리를 찾은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회동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 8일(현지시간) 3주간의 미국 방문을 마쳤다. 자신이 수립한 경제개발 다변화 계획에 따라 거대 통신사들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게 방미 목적이었다.
방미 기간 그는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와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세르게이 브린 사장을 만났다.
이들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사이버보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사우디 언론이 전했다.
사우디는 아마존·애플과도 접촉해 사우디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사우디 국부펀드 중 하나인 공공투자펀드(PIF)로부터 4억 달러(4천278억 원 상당)의 투자를 유치한 미국의 '혼합 현실'(mixed reality) 헤드셋 메이커 메직리프와도 만났다.
PIF는 자동차 배차 웹사이트·배차 응용 프로그램 운영회사 우버 대주주이기도 하다. 이 펀드는 사우디 온건화 정책에 힘입어 더 많은 기술 관련 투자를 하려고 준비 중이다.
중동은 통신사업자에게는 여전히 저개발 지역에 속한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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