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성폭행범, "출국허가" 거짓말로 공항 통과(종합2보)

입력 2018-04-09 22:01
'전자발찌' 성폭행범, "출국허가" 거짓말로 공항 통과(종합2보)

경찰, 베트남 공안과 형사사법공조로 체포

전자발찌 발견하고도 공항서 제지 못해…경찰·공항·법무부 '구멍' 드러내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성범죄 혐의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차야 하는 보호관찰 대상자가 다시 성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주했다가 국제형사사법공조로 붙잡혔다.

지난달 한 보호관찰 대상자가 전자발찌를 끊고 일본으로 도주한 바 있지만, 전자발찌를 찬 채로 허가 없이 출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지난 5일 베트남에서 국내로 송환된 신 모(38) 씨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전자장치부착법·보호관찰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해 최근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신씨는 지난달 4일 A(20) 씨에게 졸피뎀이 든 술을 마시게 해서 의식을 잃게 만든 뒤 여관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강간 및 마약류관리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으나 법원에서 한 차례 기각됐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법원은 "신씨가 전자발찌를 차고 있어 위치가 확인되기 때문에 도주 우려가 없고, 피의자 방어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로 영장을 기각했다.

신씨는 과거 성폭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출소했으며 전자발찌 부착명령이 함께 선고돼 보호관찰 대상이었다.

법원이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 청구를 기각하자 경찰도 따로 출국금지 조치를 신청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이 도주 우려가 없다고 봤는데 그와 다른 전제에서 출국금지 조치를 밟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신씨는 이달 4일 전자발찌를 찬 채로 베트남행 비행기를 탔고, 인천공항을 끝으로 그의 위치정보가 파악되지 않는 것을 알아챈 관할 보호관찰소가 이 같은 사실을 경찰에 통보했다.

신씨는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면서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 모습이 발견돼 신원 조회도 받았으나 "출국 허락을 받았다"고 거짓말한 뒤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안검색대 직원과 법무부 출입국관리소는 신씨에게 출국을 허가받았는지 묻거나 허가를 입증할 서류를 요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항 관계자는 "출국자가 출국을 허가받았는지 확인할 권한이 공항에 없다"고 설명했고, 법무부 관계자는 "출국금지가 되지 않은 경우 수사 대상인 것을 출입국관리소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전자발찌를 차야 하는 보호관찰 대상자는 법무부의 출국 허가를 받아야만 외국으로 갈 수 있지만, 공항에서 출국 허가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특정범죄관리과와 출입국 관련 부서 사이에 업무 공조를 강화해 출국 과정에서 (허가 여부를 확인할)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찰의 공조 요청을 받은 베트남 공안은 현지 공항에서 신씨의 입국을 금지하고 한국으로 송환했다.

베트남은 한국 경찰과 2015년 연락 데스크를 설치한 이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제때 공조가 이뤄졌다. 그러나 신씨가 다른 국가로 출국했을 경우 검거가 거의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신씨를 체포한 뒤 당초 구속영장을 신청했던 강간 및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에 전자장치부착법·보호관찰법 위반 혐의까지 더해 최근 구속했다.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신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jae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