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물 소지 처벌 '합헌' 유지…위헌의견 많았지만 정족수 미달
찬양·고무죄 처벌은 전원일치 합헌 결정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이적표현물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국가보안법 조항은 과도한 규제라는 의견이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중 5명으로부터 제시됐다. 하지만 위헌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재판관 정족수인 6명에 미치지 못해 이 조항은 결국 합헌 결정을 받았다.
헌재는 지난달 29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월 및 자격정지 1년 6월의 확정된 A씨가 단순히 이적표현물을 가지고 있다가 적발된 자에게 자격정지를 함께 부과하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4(합헌)대 5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이적표현물을 지닌 자에게 형벌과 함께 자격정지를 부과하는 것이 위헌인지를 따지는 사건이었지만, 헌법재판관들은 이적표현물 소지죄 자체가 헌법에 어긋나는지에 초점을 맞춰 판단을 내렸다.
이진성 헌재소장과 김이수·강일원·이선애·유남석 재판관 등 5명은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이적표현물의 유통이나 전파를 차단하는 것은 유포·전파 행위 자체를 처벌하면 가능하므로 그 단계에 이르지 않은 소지행위를 미리 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견해를 내놨다.
또 "(이 조항을 유지하면) 이념적 성향만을 근거로 이적표현물을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문제 삼아 자의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고, 반대자나 소수자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오·남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헌재의 정식 의견으로 채택된 것은 김창종·안창호·서기석·조용호 등 재판관 4명의 합헌 의견이었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수가 6명 이상이 되지 않는 한 헌재의 정식 의견이 되지 못한다.
김 재판관 등 4명은 "이적표현물을 소지하는 행위가 지니는 위험성이 이를 반포하는 행위에 비해 결코 적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한편 반국가단체를 찬양·고무·선전한 자에 대해 징역형과 함께 자격정지를 부과하는 국보법 처벌 조항에 대해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반국가단체에 동조한 자에게 자격정지까지 부과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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