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룰라 전 대통령 '만델라의 길' 택했다…망명 권유 거부
측근들 불구속 재판 요청 기각되자 러시아·쿠바 대사관 망명 제안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부패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체포·수감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측근들의 망명 권유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8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이 지난 5일 불구속 재판 요청을 기각하자 측근들은 룰라 전 대통령에게 수도 브라질리아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이나 쿠바 대사관으로 피신할 것을 권유했다.
노동자당(PT)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나 쿠바 대사관에 들어가 일단 체포·수감을 피하고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올해 대선 캠페인을 벌여 재기를 도모하자는 의미였다.
그러나 룰라 전 대통령은 이 제의를 즉각 거부하면서 자신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길을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1963년부터 1990년까지 27년간 수감생활을 하면서 '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운동을 한 만델라와 같은 투쟁 방식을 선택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브라질 연방경찰은 전날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명령을 집행했다.
상파울루 시 인근 상 베르나르두 두 캄푸 시에 있는 금속노조 건물에 머물던 룰라 전 대통령은 전날 밤 남부 쿠리치바 시 연방경찰로 호송돼 수감됐다.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정부 계약 수주를 도와주는 대가로 대형 건설업체로부터 복층 아파트를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7월 1심 재판에서 뇌물수수 등 부패행위와 돈세탁 등 혐의로 9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올해 1월 말 2심 재판에서는 12년 1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변호인단은 불구속 재판을 요청했으나 연방대법원은 지난 5일 새벽까지 이어진 대법관 전체회의에서 찬성 5명, 반대 6명으로 기각했다. 부패수사를 담당해온 세르지우 모루 연방판사는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나온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체포명령을 내렸다.
룰라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고등법원과 연방대법원에 체포·수감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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