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미국, 암살시도 피해자 부녀 미국 정착 방안 논의"
더타임스 보도 "스크리팔 의식 찾아…조사에 도움 기대"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과 미국 정보당국이 '러시아 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의 피해자인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그의 딸 율리야(33)가 미국에서 새 신분을 부여받은 뒤 정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영국 보수 일간 더타임스 일요판인 더선데이타임스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해외담당 정보기관인 비밀정보국(MI6)이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이를 논의 중이며 "그들(스크리팔 부녀)은 새 신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스크리팔 부녀가 모두 의식을 찾았으며, 이번 사건 조사에 곧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율리야에 대한 영사 접근이 허용되는 대로 대사관 영사들이 찾아가 면담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율리야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정부는 이에 따라 율리야가 영원히 서방 국가로 이주하는 것을 원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영국 정보당국 관계자는 이주 대상으로 핵심동맹국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소속인 미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이 거론되며, 특히 미국이 이들 부녀의 신변 안전에 가장 적합한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영국에 기밀을 넘긴 혐의로 고국 러시아에서 복역하다 풀려난 세르게이 스크리팔은 이후 영국으로 망명했다가 지난달 4일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벤치에서 딸 율리야와 함께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영국 당국은 이들이 러시아가 군사용으로 개발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에 노출된 점에 근거해 암살 시도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고, 이후 양측은 외교관 추방 등으로 맞서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이들 부녀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솔즈베리 지역병원은 지난달 말 딸 율리야가 회복 상태에 있다고 전한데 이어 지난 6일에는 세르게이 스크리팔 역시 위독한 상태를 넘기고 회복 중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빠르면 다음주 중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그동안 진행해 온 독립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 이번 사건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 여부가 더 확실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OPCW는 이번 암살 시도에 러시아에서 군사용으로 개발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이 사용됐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것으로 전해졌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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