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세계에 알린다…내년 테이트모던 시작으로 각국 순회전
마리아 발쇼 테이트 총괄관장 인터뷰 밝혀…"예술 진일보시킨 작가"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세계 유수의 현대미술관 중 하나인 영국 테이트모던이 '미디어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1932~2006)을 전 세계에 알리는 전시를 연다.
마리아 발쇼 테이트미술관 총괄관장은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백남준을 알리는 중요한 전시가 조만간 테이트모던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발쇼 관장은 작년 6월부터 테이트모던과 테이트브리튼, 테이트리버풀, 테이트세인트아이브스 등 4개 테이트미술관을 이끌고 있다. 그는 국립현대미술관 심포지엄 '미술관은 무엇을 연구하는가' 참석을 위해 전날 방한했다.
발쇼 관장은 "백남준은 비디오 테크놀로지 예술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라면서 "기술적인 부분을 새롭게 조망함으로써 (예술을) 진일보시켰다"고 평가했다.
백남준 전시는 내년 하반기 테이트모던을 시작으로 동아시아 등 각국을 돌며 열릴 예정이다. 동양인 최초로 테이트에 입성한 이숙경 시니어 리서치 큐레이터가 이번 전시의 큐레이션을 맡았다.
세계에서 손꼽는 현대미술관이 대규모 순회전을 통해 한국이 낳은 미디어아트의 거장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전시다. 업적과 비교해 미술 시장에서 저평가됐다는 지적을 받아온 백남준의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000년 런던 템스강가의 폐발전소를 개조해 문을 연 테이트모던은 세계 미술관 중 최다인 연간 500여만명이 찾는 영국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현대미술의 최신 경향을 읽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발쇼 관장은 테이트모던의 성공 요인으로 다양한 대륙들의 예술성을 아우르려는 노력, 심도 있는 연구 등을 꼽았다.
"테이트모던은 최대한 많은 관객이 찾아오는 미술관을 지향합니다. 예술은 인간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기제이기 때문이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바꾸며, 현재 맞닥뜨린 상황과 미래에 창의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예술입니다. 그래서 미술관은 최대한 많은 관객을 환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상설전 무료 개방뿐 아니라 영국 전역의 어린이들이 미술관을 경험하게 하는 '어셈블리',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함께 문화와 예술, 사회를 고민하는 '테이트 익스체인지' 등 다양한 관람객 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발쇼 관장은 길게는 120여 년 역사를 지닌 테이트의 첫 여성수장이다. '미투' 운동과 더불어 여성의 목소리와 지위를 되찾자는 움직임이 일어나지만, 여전히 미술계에서 주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남성이다.
발쇼 관장은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때"라면서 "여성들이 더 많은 리더십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국제적인 기관의 여성 관장으로 취임하게 됐고, 이런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할 시대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 기관장으로서 성별을 불문하고 남녀가 함께 번영하고 (성적) 괴롭힘이 없는 근무 환경을 만들고자 합니다."
발쇼 관장은 이날 오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과 '미래의 미술관'을 주제로 특별 대담을 진행했다. 그는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한 현장을 둘러본 뒤 출국할 예정이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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