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라는 말 듣기도 지겨워"…켈리 비서실장에 등 돌린 트럼프
WP·AP통신 "푸틴 통화·볼턴 임명 때도 트럼프 옆에 없어"…경질설 증폭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자꾸 멀어지고 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은 경질설이 나도는 켈리 비서실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냉기류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내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7일(현지시간) 전했다.
켈리 비서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곁을 자주 지키지 못하는 게 '켈리의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참모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축하전화를 했을 때, 켈리 비서실장은 이 통화선상에 없었다. 그는 통상 트럼프 대통령과 외국 정상 간의 전화통화를 듣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으로 발탁한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를 만났을 때도, 켈리 실장은 배석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활절 휴가를 미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보내며 이민과 관세 같은 주요 정책을 숙고할 때 역시 켈리 실장은 다른 주(州)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변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채우려 하는 가운데 그의 외곽 측근 일부는 "비서실장을 둘 필요가 없다"는 조언까지 하고 있다.
실제 두 사람이 충돌한 얘기들도 흘러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자신이 임명한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민정책에 강경하지 않다는 푸념을 보수 진영 인사들에게서 뒤늦게 듣고 와서는 켈리 실장에게 "그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사람이라는 걸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라며 불같이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켈리 실장이 지난 1월 민주당 인사들을 만나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 기간 지지했던 이민정책은 (내용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것이며 이후 진화돼왔다"고 말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언성이 오벌오피스 밖으로 들릴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은 격노해 그를 질책한 것으로 보도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데이비스 셜킨 보훈부 장관을 경질한 후에는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과 짐 매티스 국방부 장관이 낙담한 켈리 실장을 위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켈리 실장은 "나 이제 나가네"라며 1∼2시간 일찍 퇴근했는데, 그가 분통을 터뜨리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켈리 실장이 27세의 대통령 개인 보좌관인 조니 매켄티를 갑자기 해임했을 때에는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크게 화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 지인에게 "(켈리로부터) 노(No)라는 말을 듣는 것도 지겹다"라며 차라리 그에게 아무 말을 하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는 말을 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의 켈리 비서실장은 지난해 8월 임명되면서 '좌충우돌형'인 트럼프 대통령의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실제 처음 몇 달 동안은 백악관 '군기반장'을 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제는 영향력이 줄면서 입지가 좁아졌다는 데 이의가 달리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켈리 실장의 '통제'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어 경질만 안 했을 뿐 이미 그를 서서히 축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켈리 실장은 자신의 오른팔 격인 롭 포터 전 백악관 선임비서관의 가정폭력 문제를 감싸는 등 안일하게 대응하면서 신뢰도까지 손상을 입었다.
빌 클린턴 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리언 파네타 전 국방부 장관은 "백악관에서 권력을 잃으면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를 지시받는 인턴직원이 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백악관 관계자는 켈리 실장은 더 이상 시시콜콜 간섭하는 '베이비시터'의 역할을 안 하려는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도 한때 켈리 실장을 자신을 감싸는 '담요'처럼 생각했으나 이제 '홀로서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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