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자전거도로 개통 첫날…광화문∼동대문 8분 만에 '씽씽'

입력 2018-04-08 12:43
수정 2018-04-09 14:55
종로 자전거도로 개통 첫날…광화문∼동대문 8분 만에 '씽씽'



시민 1천명 '단체 라이딩'…내달 청계천에도 전용도로 개통

도로폭 협소'옥에 티'…"안전봉 세우고 차선 제대로 지켜야"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종로 자전거전용차로 개통 첫날인 8일. 1천 명에 이르는 '자전거 부대'가 한꺼번에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출발해 동대문까지 씽씽 달렸다.

종로 1∼6가는 마치 '자전거 천국'을 방불케 했다. 동대문 방면 차량을 전면 통제하고 개통기념 자전거 퍼레이드가 열렸다. 시민들은 퍼레이드 출발 1시간 전부터 자전거를 들고 속속 모여들었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종로 자전거전용차로 시작점인 광화문우체국 앞을 출발한 시간은 오전 10시 11분. 보통 속도로 페달을 밟아 종료 지점인 종로 6사 사거리에 도착한 시간은 8분 뒤인 10시 19분이었다.

이날 퍼레이드는 동대문에서 청계천 방향으로 꺾어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가는 순환 경로였다. 도심 한 바퀴를 도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0분이다.

종로 자전거도로 2.6km 구간 개통으로 도심 자전거전용도로 시대가 개막됐다. 작년 말 중앙버스전용차로(BRT)를 개통한 종로에선 도로 폭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워 서울시는 일단 동대문 방면으로만 자전거전용차로 1개 차로를 설치했다.



시민들은 도심 자전거도로 개통을 대체로 환영했다. 양평에서 왔다는 김수영(23) 씨는 "도심은 차가 많아 자전거 탈 곳이 마땅치 않은데, 전용차로가 생겨 앞으로 더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종호(36) 씨는 "점차 자동차 차선을 줄이면 도심에 차를 갖고 오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미세먼지 등 환경을 생각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자전거전용차로 폭이 좁은 데다 안전시설이 충분히 확보돼 있지 않아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종로 자전거전용차로 표면을 암적색으로 칠해 일반 차로와 구분했지만, 그 폭이 1.0∼1.5m로 자전거 1대가 지나가면 꽉 차는 정도다.

교차로 지점에서는 우회전 차량과 자전거 사이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분리대·시선 유도봉이 설치됐으나, 일반 구간에는 차선과 자전거도로를 나누는 분리대가 없다.



설석종(69) 씨는 "안전한 자전거 주행에는 도로가 너무 좁아 가드레일이나 안전 봉을 더 설치해야 한다"면서 "자동차 운전자가 내비게이션을 보다가 잘못해서 자전거전용차로를 침범하면 자전거 운전자는 무방비 상태로 치이게 된다"고 우려했다.

녹색자전거봉사단에서 활동한다는 설 씨는 "기왕 자전거전용차로를 제대로 만들 거라면 일반 차선 하나를 축소하더라도 폭을 더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부 구간에선 도로 위의 암적색의 자전거전용차로 표시가 끊겼다가 다시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전용차로를 달려 본 시민들 사이에선 차량과 자전거 운전자 모두 교통질서를 잘 지켜야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노우성(44) 씨는 "자전거도로 폭이 좁아 앞사람을 추월하려면 자전거도로를 벗어나 차로로 접어들게 된다"면서 "차량과 자전거 모두 정해진 차로를 지키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전거 동호인 모임에서 나온 백은경(55) 씨는 "특히 동대문 쪽에 오토바이가 많아 안전 문제가 걱정된다"면서 "자전거에 익숙한 이들은 오토바이가 오는지 뒤를 돌아보며 자전거를 탈 수 있지만, 초보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3개월간 계도 기간을 거쳐 오는 7월 1일부터 자전거전용차로 위반을 강력히 단속할 계획이다. 위반 과태료는 자가용 5만 원, 오토바이 4만 원, 승합차 6만 원이다.

다음 달에는 주말에만 운영되는 청계천 자전거 우선도로를 정비해 전용도로로 만든다. 이렇게 하면 광화문∼동대문 구간 양방향 자전거길이 뚫린다.

자전거 퍼레이드에 참석해 광화문∼종로 2가 구간을 달린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동차로 가득 찼던 도시를 사람을 위해 비워야 하는 시대가 왔다"면서 "시내 전역에 자전거도로를 내 서울을 보행 친화적 자전거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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