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사람이 더 많아"…추위 이긴 윤중로 벚꽃축제 인파(종합)
노점엔 닭꼬치·삼겹살 등장…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 쓴 시민들도
나들이 차량 몰려 고속도로 정체…"서울 방향 오후 4∼6시께 절정"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서울에 벚꽃이 만개한 8일 여의도 윤중로에는 추운 날씨에도 꽃놀이를 즐기려는 시민들이 몰리며 '꽃 반 사람 반'이나 다름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오전 기온이 1.3도까지 떨어지고 구름이 잔뜩 낀 데다가 때때로 강한 바람까지 불어 제법 추운 날씨였는데도 시민들은 패딩 점퍼 등 두툼한 옷차림으로 무장하고 여의도로 향했다.
시민들은 벚나무 아래에서 꽃 머리띠를 사서 쓰고 인증사진을 찍었고, 인근 카페들에는 버스커버스커의 노래 '꽃송이가'와 '벚꽃엔딩'이 쉬지 않고 울려 퍼졌다.
오후가 되면서 기온이 최고 7.9도까지 올라가자 인도에는 발 디딜 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인파와 노점상이 뒤섞였다.
도로 바깥쪽 차로는 한강 공영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량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연인과 나들이를 나온 김지나(32) 씨는 "꽃을 보러 왔는데 사람을 더 많이 보는 것 같기는 하지만, 오랜만에 남자친구와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바람에 꽃이 흩날려 머리 위로 떨어지기를 바랐는데 아직 꽃이 떨어질 때는 안 된 것 같다"고 웃었다.
남자친구와 똑같은 긴 패딩을 걸치고 나온 대학생 정주아(22) 씨는 "사람이 몰리기 전에 일찍 나온다고 나왔는데 그리 이르지는 않았던 것 같다"면서 "춥기는 해도 만발한 벚꽃을 보니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라고 활짝 웃었다.
그러나 오후 들어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면서 마스크를 쓴 사람도 늘었다.
가족들과 함께 나온 주부 정모(41) 씨는 "오늘 아니면 올봄 꽃구경이 어려울 것 같아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씌워 데리고 나왔다"며 "약간 답답하긴 하지만 드물게 즐기는 꽃구경이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윤중로를 따라 늘어선 노점상들은 전통적인 길거리음식인 군밤·닭꼬치·핫도그·떡볶이 등은 물론 삼겹살까지 팔아 꽃놀이를 나온 시민들의 코를 자극했다.
영등포구청은 안전사고를 우려해 LPG 가스통이 보이는 즉시 압수하는 단속활동을 펼쳤지만, 오후에는 곳곳에 놓인 가스통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일부 시민은 너무 북적거리고 음식 냄새가 뒤섞여 불편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시민 김모(35) 씨는 "길을 걷는데 노점상 꼬치구이 냄새와 매캐한 연기 때문에 꽃을 보러 온 건지 화생방 훈련을 하러 온 건지 분간이 안 된다"며 "가족들이 연기를 견디지 못해 결국 한강 쪽으로 내려가려 한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2시 이후 기온이 다시 내려가기 시작하고, 오후부터 밤 사이에는 비도 예보돼 시민들의 '벚꽃 야행'은 다소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봄철을 맞아 나들이 차량이 늘면서 교통량이 늘어난 전국 고속도로 서울 방향은 오후 1시께 정체가 시작됐다. 오후 4∼6시에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오후 4시에 승용차로 강릉에서 출발하면 서울까지 약 3시간, 양양에서는 서울까지 약 2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한국도로공사는 추산했다.
중부고속도로와 서울양양고속도로는 오후 9시께, 서해안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는 오후 10시께 정체가 풀리고, 경부고속도로는 오후 11시가 돼서야 혼잡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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