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는 졌지만 돌배나무 꽃은 활짝…창덕궁 낙선재는 꽃대궐
앵두·살구·산수유도 개화…5월에는 모란 피어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이 돌배나무가 수령이 150∼200년은 될 겁니다. 꽃은 하얀색인데, 멀리서 보면 옥빛 같기도 해요."
비가 그치고 기온이 갑자기 떨어진 지난 6일 창덕궁에서 만난 김진숙 팀장은 세자의 도서관이었던 승화루(承華樓) 뒤편에 있는 돌배나무 앞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이 돌배나무는 낙선재(樂善齋) 후원의 꽃담 너머에 있다. 보름달을 닮은 동그란 문인 만월문을 통과하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린 커다란 나무를 볼 수 있다.
낙선재 후원은 평소에 개방되지 않는다. 그러나 봄을 맞아 28일까지 매주 목∼토요일 오전에 진행되는 특별관람 참가자들은 낙선재 뒤편에 조성된 꽃 계단인 화계(花階) 위로 올라가 후원을 거닐 수 있다.
낙선재는 조선 제24대 임금 헌종(재위 1834∼1849)이 1847년 서재 겸 휴식 공간으로 지은 건물로, 석복헌(錫福軒)과 수강재(壽康齋)가 딸려 있다. 석복헌은 헌종의 후궁인 경빈 김씨, 수강재는 순조 정비인 순원왕후를 위해 각각 세워졌다.
낙선재는 단청이 없어서 수수하게 느껴지지만, 화려한 장식이 곳곳에 숨어 있다. 문과 창호, 담장, 굴뚝 등에 다양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봄을 알리는 꽃인 매화는 봄비로 졌지만, 낙선재는 여전히 꽃대궐이다. 전각 앞에는 앵두나무, 살구나무, 자두나무, 산수유나무들이 서로 경쟁하듯 꽃을 피웠다. 하얀색, 분홍색, 노란색 꽃들이 어우러져 분위기가 화사하다.
이문갑 창덕궁 관리소장은 "원래는 수종에 따라 개화 시기가 다른데, 갑자기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한꺼번에 꽃이 피었다"고 말했다.
낙선재 후원의 육각형 정자인 상량정(上凉亭)에 오르면 낙선재와 봄꽃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석복헌과 수강재의 뒤뜰에는 각각 한정당(閒靜堂)과 취운정(翠雲亭)이 있다. 한정당은 근대적 건축양식이 가미된 한옥이고, 취운정은 숙종 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이다. 취운정 담에 있는 문을 열면 창경궁을 볼 수 있다.
낙선재 봄꽃은 5월까지 이어진다. 탐스러운 모란이 낙선재 화계를 붉은빛과 분홍빛으로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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