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에 멈춘 여자골프 개막전…36홀 축소는 16번째

입력 2018-04-07 16:20
강풍에 멈춘 여자골프 개막전…36홀 축소는 16번째

KLPGA "최소 36홀 경기라야 정식 투어 대회로 인정"



(서귀포=연합뉴스) 권훈 기자 =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국내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이 이틀 연속 경기가 열리지 못해 2라운드 36홀 경기로 치러진다.

대회장인 제주 서귀포시 롯데 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에는 6일과 7일에 초속 10m가 넘는 강풍이 불어 도저히 경기를 열 수 없었기 때문이다.

122명의 선수는 5일 1라운드를 치른 뒤 이틀 동안 클럽하우스에서 오전 내내 대기하다 숙소로 돌아가야 했다.

바람이 초속 10m가 넘으면 대개 골프 경기는 열리기 힘들다.

가장 큰 문제는 그린에 볼이 멈추지 않는다. 공정한 경기가 성립되지 않는다.

롯데 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에선 이틀 동안 한때 초속 15m가 넘는 바람이 불기도 했다.

12번 홀 그린에서는 볼을 그린에 가만히 내려놓으면 마구 굴러다닐 정도였다. 이렇게 바람에 볼이 굴러다니는 홀은 5개가 더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회는 애초에 4라운드 72홀 경기였다. 이틀 동안 경기를 치르지 못하면서 2라운드 36홀 경기가 됐다.

KLPGA투어에서 4라운드 대회가 2라운드로 축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LPGA투어에서 4라운드 대회가 많지 않은 데다 악천후가 이틀이나 겹치는 일은 좀체 없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4라운드 대회가 3라운드 54홀로 축소돼 치른 사례는 7차례뿐이다.

이 7차례 사례 가운데 하나가 지난해 이 대회다.

하지만 3라운드 대회가 2라운드 36홀 경기로 치러진 사례는 2000년 이후 15차례가 있었다. 거의 해마다 한 번 꼴이다.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해 10월 SK 핀크스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이다.

36홀 경기에서 우승해도 우승자는 애초 책정된 상금 100%를 받고 2년간 시드를 보장받는 등 각종 예우를 누린다.

대회가 54홀이나 36홀로 축소되는 건 이렇듯 큰 문제가 안 되지만, 18홀 밖에 치르지 못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식 대회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 최소 36홀 경기라야 정식 투어 대회로 인정한다는 KLPGA투어 규정 때문이다.

36홀 미만만 치러 정식 대회로 인정받지 못하면 총상금의 75%만 선수들에게 지급한다.

받는 돈은 순위에 따른다. 1위 선수는 상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우승자라는 명예와 예우는 물론 없다.

KLPGA투어에서 이런 일이 딱 한 번 있었다.

2012년 MBN 김영주골프 여자오픈은 1라운드만 치른 뒤 2, 3라운드는 기상 악화로 끝내 치르지 못했다.

당시 대회장 역시 기상 변화가 심한 제주도에 있는 레이크힐스 컨트리클럽이었다.

1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쳐 단독 선두에 오른 김초희(26)는 이틀 동안 연습 스윙만 하다가 입맛을 다셔야 했다.

최진하 KLPGA투어 경기위원장이 "만약 8일에도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르지 못한다면 월요일인 9일에 경기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건 이런 불상사를 막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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