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불안] 2주간 널뛴 원화…가치상승 G20 중 2위·127개국 중 7위
1,082원→1,055원→1,070원 '롤러코스터 장세'…아시아 국가 51개국 중엔 2위
글로벌 달러 약세에 남북 화해무드·환율 조작국 지정 부담 겹쳐…당국, 환율방어에 소극적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위기가 고조되면서 원화 가치가 널뛰는 모양새다.
최근 2주간 원화 가치 상승률은 주요 20개국(G20) 통화 가운데서는 2번째, 전 세계 127개 통화 가운데서도 7번째로 높았다.
8일 외환시장과 블룸버그 집계 등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6일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69.6원에 마감했다.
이는 불과 2주 전인 지난달 23일 대비 1.16% 하락한 것이다. 원화 입장에서는 달러 대비 가치가 그만큼 상승한 셈이다.
같은 기간 G20 국가 통화 가운데 원화보다 절상률이 높은 것은 멕시코 페소가 유일했다. 페소화 절상률은 1.27%였다.
캐나다 달러와 유럽연합(EU)의 유로화 가치는 각각 0.87%, 0.58% 상승했다.
이외 호주 달러(0.35%), 영국 파운드화(0.31%), 인도 루피화(0.12%), 중국 위안화(0.10%), 인도네시아 루피아화(0.07%), 아르헨티나 페소화(0.03%) 가치가 소폭 올랐다.
반면에 러시아 루블화와 터키 리라화, 브라질 헤알화, 일본 엔화,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가치는 오히려 떨어졌다. 엔화의 경우 최근 2주 새 가치가 2.1% 하락했다.
원화의 두드러지는 강세는 다른 아시아·오세아니아 국가 통화와 비교하거나 전 세계 127개 통화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아시아·오세아니아 51개국 통화 가운데서는 말레이시아 링깃화가 최근 2주 새 2% 절상됐다. 원화는 링깃화의 뒤를 이어 51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절상률이 높았다.
전 세계 127개국을 비교한 결과에서는 모잠비크, 트리니다드, 콜롬비아, 조지아, 멕시코, 말레이시아의 뒤를 이어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23일 이후 원화 강세가 두드러진 것은 글로벌 달러 약세에 환율 조작국 지정 부담이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남북 화해분위기도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23일은 전 세계 금융시장이 주시하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결정된 다음 날이자 미·중 무역전쟁 우려가 고개를 든 시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무역법 301조에 따라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달러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여기에 미국 재무부가 환율보고서를 발표하는 4월로 접어들면서 당국이 환율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면서 원화 강세에 기름을 부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국제통화기금(IMF) 권고를 고려해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시차를 두고 공개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미FTA 협상 결과 발표 보도자료에 환율 합의 관련 내용을 적시하면서 정부는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
한국은 현재 재무부가 선정한 관찰대상국에 올라있다. 자칫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의 해외민간투자공사 신규 자금 지원과 조달 참여가 금지된다.
이달 1일 한국 공연단이 13년 만에 북한 평양에서 공연을 펼치면서 북한 리스크가 수그러든 것도 원화 강세에 힘을 보탰다. 북한 리스크는 지난해 원/달러 환율을 흔든 주요 원인이었다.
23일 달러당 1,082.2원으로 마감했던 원/달러 환율은 7거래일 만인 이달 3일 1,054.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그나마 1,050원대까지 떨어지며 연저점을 경신했던 원/달러 환율이 6일 1,069.6원으로 반등하게 된 것은 무역전쟁 논란 때문이다.
미국의 관세 부과 방침에 중국 정부가 반발하면서 이달 2일 돼지고기와 과일 등 미국산 수입품 128개 품목에 대해 최고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다시 달러당 1,070원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환율보고서 발표까지 원화 강세 경계감을 놓기 어려울 전망이다.
재무부는 환율보고서를 매년 4월과 10월 발표한다. 발표 시점은 통상 15일 전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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