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로힝야 '인종청소' 사태때 대응 잘못 인정후 사과

입력 2018-04-07 11:05
페이스북, 로힝야 '인종청소' 사태때 대응 잘못 인정후 사과

"폭력·혐오 콘텐츠 추적해 확산 방지에 더 신속 대응할 것"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힝야족 '인종청소' 사태 당시 로힝야족에 대한 증오 메시지를 통제하지 못하고도 대응 시스템에 문제가 없다고 항변해온 페이스북이 결국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고 AFP통신이 7일 보도했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통신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우리는 폭력적이거나 혐오스러운 거짓 콘텐츠를 추적해 널리 퍼지는 것을 방지하는 기술과 도구를 개선하는데 더 신속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임해야 했다"고 말했다.

로힝야족 반군 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은 핍박받는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지난해 8월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 초소를 습격해 유혈사태를 촉발했다.

이후 ARSA를 테러 단체로 규정한 정부군이 대대적인 소탕전에 나서면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70만 명에 육박하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당시 페이스북을 포함한 SNS에는 이슬람교도들이 불교도를 공격할 것이라거나 불교도들이 무슬림을 공격할 것이라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담은 메시지들이 다수 유포됐다.

이런 메시지는 이슬람교도와 불교도 양측에 분노와 공포를 촉발했지만, 페이스북 측은 한동안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엔 인권이사회(UNHRC)가 로힝야족 '인종청소' 의혹 실상을 규명하기 위해 지명한 국제조사단장의 마르주키 다루스만 단장은 앞서 지난달 중순 "페이스북이 증오 발언 확산을 통해 사실상 대중들 사이에 악한 감정과 불화, 충돌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이양희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도 "미얀마에서 모든 것이 페이스북을 통해 이뤄졌다. 페이스북은 이 가난한 나라를 도왔지만, 증오 발언 확산에도 기여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극우 불교단체인 '마 바 타'(Ma Ba Tha, 민족종교 보호를 위한 애국연합)의 지도자 위라투는 주로 페이스북을 활용해 '반(反) 로힝야' 정서를 자극해왔지만, 페이스북은 최근 들어서야 그의 계정을 삭제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로힝야족 사태 악화에 페이스북이 이용됐음을 인정하면서도, 증오 발언을 감지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을 촉발했다.

저커버그는 지난 2일 인터넷 매체인 복스와 인터뷰에서 "미얀마 내 이용자들이 페이스북 메신저를 이용해 폭력을 선동했으며 이것이 로힝야족 인종청소에 기여했다"면서 "그런 사건이 또 일어난다면 우리 시스템은 이를 감지하고 그런 메시지가 확산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얀마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저커버그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페이스북의 증오 메시지 추적 시스템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고 대응도 느렸다고 질타했다.

이들 단체는 "우리가 선동 메시지를 확인하고 페이스북 팀에 이메일로 알려줬을 때는 이미 관련 메시지가 사흘가량 유포된 상태였다"며 "페이스북의 시스템은 네트워크에서 불거지는 사회 문제 관련 위험을 다루기에는 전혀 조직적이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페이스북은 시민단체의 제보로 증오 메시지의 존재를 파악하고도 이를 숨긴 저커버그의 발언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증오 메시지를 처음으로 확인해 통보한 당사자가 시민단체라는 사실을 마크가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이라며 "우리는 미얀마어 메시지 분석·보고 시스템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