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살해 美 메넨데스 형제, 29년만에 감옥서 재회
1989년 베벌리힐스 호화저택 살인사건…미드 소재로 쓰여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29년 전 백만장자 부모를 엽총으로 무참히 살해하고 베벌리힐스에서 호화판 생활을 하다 붙잡혀 미국 사회에 충격을 준 메넨데스 형제 살인사건의 라일(50)과 에릭(47) 메넨데스가 감옥에서 재회했다.
메넨데스 형제 살인사건은 NBC 방송 드라마 '로 앤 오더 트루크라임'의 소재로 쓰여 미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6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사건은 1989년 당시 각각 21살, 18살이던 라일과 에릭이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스의 호화저택에서 부모인 호세와 키티 메넨데스를 총으로 살해한 것으로 시작된다.
이 사건은 5년 넘게 끈 재판으로 더 유명하다.
라일과 에릭은 아버지 호세가 자신들을 지속해서 신체적·성적으로 학대해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범행했다고 항변했고, 검찰은 이들이 1천500만 달러가 넘는 부모의 재산을 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머니 키티는 알코올·마약 중독자로 결혼생활 파탄을 우려해 아버지의 자식 학대를 방관했다고 이들 형제는 주장했다.
공판 과정에서 이들 형제에게 유리한 친지들의 증언이 잇따르면서 배심원단의 합의불능 평결이 이어지고 급기야 재심까지 열렸다. 메넨데스 형제는 5년여 재판 끝에 일급살인 혐의에 대한 유죄가 인정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재판 쟁점 가운데 아버지의 성적 학대가 진실인지, 형제의 패륜범죄가 진실인지를 놓고 미국 사회가 한동안 떠들썩했다.
이후 라일은 캘리포니아 북부 뮬크릭 스테이트 감옥에서 복역했고 동생 에릭은 캘리포니아 남부 샌디에이고 R.J.도노번 교정시설에 있었다.
최근 형 라일이 동생에 있는 샌디에이고 교정시설로 이감됐다.
행형 성적이 나쁘지 않아 이들 형제의 보안분류 기준도 완화됐다.
하지만 교도소 사동이 달랐기 때문에 여전히 둘은 만나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 5일 동생 에릭이 형 라일이 수감된 같은 사동으로 이감되면서 결국 형제가 29년 만에 같은 공간에서 지내게 됐다.
교정시설 대변인 테리 손턴은 "그들은 서로 만날 수 있다. 다른 모든 재소자들과 마찬가지로 활동 시간에 교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형제는 20년 전에도 함께 복역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원을 낸 적이 있다.
통상 공범관계인 수형자는 같은 교도소에 수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형 라일은 지난해 옥중 인터뷰에서 자신의 범행에 대해 참회하면서도 여전히 부모를 원망하는 발언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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