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사장실 무단 점거 한국GM 노조, 공감받기 어렵다

입력 2018-04-06 19:12
[연합시론] 사장실 무단 점거 한국GM 노조, 공감받기 어렵다

(서울=연합뉴스) 유동성 위기로 부도 기로에 놓인 한국GM의 노사관계가 악화일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집행부는 5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인천 부평공장 본관에 있는 카허 카젬 사장 집무실을 무단 점거하고 사측의 성과급 미지급 방침에 대해 항의 농성을 벌인 뒤 6일 오후 1시 30분께 철수했다. 27시간가량의 농성 과정에서 일부 노조원은 사장실 집기와 화분을 부수는 등 폭력 행위를 저질렀으며, 카젬 사장은 다른 곳으로 자리를 피신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노조는 약속을 어긴 카젬 사장을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전체 노조 차원에서 퇴진을 요구하는 방안도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사측이 약속대로 6일 성과급 지급을 이행해야 점거를 푼다는 계획이었으나 입장을 바꿔 자진 해산했다. 노조 집행부는 대신 오는 9일부터 부평공장 내 조립사거리에서 철야 농성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당초 한국GM 사측은 2017년 임금협상에서 약속한 지난해 2차 성과급 중 일부(1인당 약 450만 원)를 6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카젬 사장이 전날 오전 이메일 공지문을 통해 "회사가 자금난으로 약속한 성과급을 줄 수 없으며, 4월 급여 지급도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 집행부는 곧바로 사장 집무실을 항의 방문했고, 사 측의 같은 입장이 확인되자 사장실을 무단 점거하며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사장실을 '노조 활동기지'로 쓰겠다던 노조는 하루 만에 농성을 푼 이유에 대해 "점거 농성은 계획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성과급 지급 요청을 거부하는 카젬 사장에게 경고 메시지를 던지고자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측은 "노조의 폭력 행위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관할 경찰서와 검찰청에 사건 조사를 의뢰했다. 이로써 양측의 갈등은 예상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부평공장을 긴급 방문해 노사 양측에 원만한 협상 타결을 당부하고 필요하면 정부가 중재에 나서겠다고 했다.



GM 본사는 오는 20일까지 비용절감이 담긴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으면 한국GM이 부도를 피하기 어렵다는 배수진을 쳤다. 이에 한국GM 사측은 연간 3천억 원에 달하는 직원 복지 지출을 대폭 축소할 것을 요구했지만, 노조는 기본급 동결과 올해 성과급 지급 중단 이외 복지혜택 축소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1인당 3천만 원어치씩 총 4천억 원 상당의 주식을 종업원들에게 나눠 줄 것과 10년간 정리해고를 하지 말 것도 요구했다. 비용절감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회사가 폐업하고 일자리가 없어질 상황인데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모양새다. 지난 4년간 3조 원의 적자를 낸 회사가 노조에 성과급 지급을 약속하고 그것을 지키지 못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 하지만 당장 돈이 없어 부도 위기에 몰린 회사 사정을 뻔히 알면서 물리력까지 동원해 지난해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는 노조의 행동은 공감하기 어렵다. 노조가 앞서 파업카드도 꺼낸 것 역시 수긍하기 쉽지 않다. 노조는 지난 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고, 중노위가 열흘간의 조정 기간에 조정이 결렬되면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한국GM 노사는 지난달 30일 2018년도 제7차 임단협 교섭을 마지막으로 향후 교섭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다. 그러는 사이 회사의 판매망은 무너져가고 협력사들도 빈사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GM은 본사에 상환해야 할 차입금을 빼고도 이달에만 임금·희망퇴직 위로금 등 약 6천억 원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와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으려면 20일까지 노사합의 자구안을 제출해야 한다. 노사가 지금처럼 극단적으로 대치하면 결국에 남는 것은 부도밖에 없다. 한국GM이 문을 닫을 경우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최대 3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노사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공생을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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