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왕이 "미국, 상대 잘못 골랐다"…러시아서 美 보호주의 맹비난
"중국의 대미 보복조치는 정당방위…국제사회 일방주의 배척해야"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미·중 무역 갈등이 극대화되는 가운데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러시아 방문 중에 미국의 보호주의를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미국이 상대를 잘못 골랐고 중국의 보복 조치가 정당하다고 역설했다.
왕 국무위원이 러시아에서 미국을 대놓고 비판한 것은 중국이 향후 미중 무역 전쟁에 러시아를 우군화하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러시아 역시 미 대선 개입 스캔들에 이어 영국에서의 스파이 암살 사건으로 미국과 서로 외교관들을 맞추방하는 대립 관계라는 점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연대'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6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틀간 러시아를 방문한 왕 국무위원은 5일 모스크바 외무부 영빈관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중 무역 전쟁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미국을 겨냥해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그는 "미국은 집요하게 중국산 제품에 대해 대규모 고율 관세 명단을 발표해 중국은 필요한 보복 조치를 내놓았다"면서 "이는 중국이 주권국으로서 정당방위이며 글로벌 무역 메커니즘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미 경제는 이미 깊이 융합돼 있는데도 미국은 보호주의를 통해 공짜로 차지할 수 있다고 여기며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면서 "중미는 모두 세계 대국으로 서로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왕 국무위원은 이어 "미국이 중국에 무역 제재라는 큰 몽둥이를 휘두른 것은 상대를 잘못 고른 것"이라면서 "세계 경제가 막 회복 궤도에 오르고 글로벌 무역 성장이 아직 취약한 시기에 미국이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대외 무역 전쟁을 빈번히 제기하는 것은 전형적인 일방주의"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는 또한 적나라한 경제 패권주의일 뿐만 아니라 엄중히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위반하는 것이며 전 세계 무역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세계 경제와 글로벌 무역의 정상 발전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규칙을 무시하는 일방적인 행위를 배척하고 글로벌 경제 성장 추세를 공유해 스스로 이성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왕 국무위원은 라브로프 외무장관뿐만 아니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만나 중국-러시아 우호 협력 심화에 뜻을 모으는 등 밀월 관계를 과시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왕이 국무위원이 러시아 한복판에서 미국의 보호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했다는 점은 향후 미중 무역 전쟁이 더욱 복잡하게 돌아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고 전망했다.
왕 국무위원은 "국제 및 지역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중러는 친밀한 전략 동반자로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번에 내가 시 주석의 특사로 방문한 것은 중국이 중러 관계로 고도로 중시하며 양국 관계가 외교 우선순위임을 보여줬다"는 언급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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