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 박병호 "김하성 고의사구는 당연…변화구 참은 덕"

입력 2018-04-05 22:21
'끝내기' 박병호 "김하성 고의사구는 당연…변화구 참은 덕"

kt전 연장 10회말 끝내기 좌전 안타…"후배들에게 물 맞는 것도 좋아요"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넥센 히어로즈 선수들이 박병호(32)에게 달려가 물과 로진 가루를 잔뜩 뿌렸다.

후배들의 장난에 박병호는 화를 내는 척하다가 환하게 웃었다.

박병호가 그리워하던 '끝내기 장면'이었다.

박병호는 5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kt wiz와 홈경기, 3-3으로 맞선 연장 10회말 1사 1, 3루에서 끝내기 좌전 안타를 쳤다.

복잡한 상황이었다.

kt는 연장 10회말 1사 2루에서 마무리 엄상백이 폭투로 이정후가 3루에 도달하자, 김하성을 고의사구로 걸렀다.

많은 이들이 박병호까지 걸러 만루 작전을 쓸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kt는 사이드암 엄상백이 박병호를 내야 땅볼로 처리하는 상황을 꿈꿨다.

KBO리그에서 박병호 앞타자를 고의사구로 거르는 장면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박병호는 "김하성을 거르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후속타자 마이클 초이스보다 나를 선택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병호는 날카로운 파울 타구 두 개를 날렸다. 엄상백은 유인구를 섞었지만, 박병호는 속지 않고 풀 카운트(3볼-2스트라이크)를 만들었다.

엄상백의 7구째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자, 박병호는 날카롭게 스윙했다.

빠른 타구가 3루수 옆을 뚫고 좌익수 앞으로 향했다.

박병호는 "변화구를 잘 참은 덕에 풀 카운트까지 왔다. 유인구와 정면 승부, 두 가지 상황을 모두 머릿속에 두고 타석에 섰다"며 "다행히 경기를 끝내는 안타를 쳤다"고 했다.



박병호가 KBO리그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건 2015년 5월 7일 목동 KIA 타이거즈전(끝내기 홈런) 이후 1천63일 만이다.

개인 통산 끝내기는 5번째이고, 고척돔에서는 처음이다.

박병호는 2016년 미국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해 2시즌 동안 뛰었다.

올해 넥센으로 돌아온 박병호는 더 성숙했다. 박병호는 "3일 kt전에서 너무 무력하게 패해(1-7) 홈 팬들께 죄송했다. 어제(4일) 팀이 크게 이기고(10-2), 오늘도 연장전 끝에 승리해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4일과 5일 승리의 주역은 박병호였다. 박병호는 4일 홈런을 쳤고, 5일에는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5일에는 끝내기 세리머니의 주역이 됐다.

흠뻑 젖은 상태로 취재진과 만난 박병호는 "후배들에게 물 맞는 것도 좋다"고 웃었다.



jiks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