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감독이 구단 사외이사…수상한 히어로즈 구단
구단 변호사 "현장 목소리 듣는 게 목적이지만 구단 실수" 해명
장정석 감독과 이 모 전력분석팀장, 논란 일자 사외이사 사임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장정석(44) 감독과 이 모 전력분석팀장이 사외이사를 겸직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사외이사 제도는 회사와 무관한 외부인사를 이사회에 참가시켜 독단적인 경영을 감시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게 목적이다.
법적으로 장 감독과 전력분석팀장이 현재 구단의 정규직 직원은 아니지만, 구단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걸 고려하면 부적절한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히어로즈의 담당 변호사인 법무법인 동안 임상수 변호사는 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난해 12월 감독님과 전력분석팀장을 이사회 멤버로 넣은 거로 안다. (이사회에서) 현장 목소리를 낼 사람이 참가해야 한다는 구단 내부의 이야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 감독은 구단의 운영팀장으로 재직하다 2016년 10월 감독으로 임명됐다.
히어로즈 구단의 정규직 직원이었던 장 감독은 사직서를 제출했고, 대신 3년 총액 8억원에 감독 계약을 맺었다.
임 변호사는 "사외이사는 회사 직원이 아니어야 하고, 직전 2년 동안 그 회사에서 근무하지 않은 자만 될 수 있다. 감독님과 전력분석팀장은 현재 구단 직원은 아니라 (첫 번째 조건은 문제가 없지만), 구단을 그만둔 지 1년 만에 사외이사에 임명한 건 실수다. 검토를 못 한 구단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처음에는 두 사람을 사내이사로 임명하려고 했다. 그랬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히어로즈 구단 경영진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상징적인 인물인 감독과 전력분석팀장을 이사회에 넣었다고 한다.
그러나 구단 운영에 깊숙하게 관여하는 인물을 사외이사로 임명한 건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임 변호사는 "사내냐 사외냐 이게 중요한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구단이 임명한 감독과 전력분석팀장이 이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부터 의문이다.
장 감독과 이 모 전력분석팀장은 문제가 불거지자 이날 곧바로 사외이사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히어로즈 구단은 최대주주인 이장석 전 대표이사가 사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으며 표류 중이다.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과 지분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야구계에서는 히어로즈가 정상적으로 구단을 운영할 수 있을지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본다.
히어로즈 구단의 메인 스폰서인 넥센타이어는 지분분쟁 사태가 장기화하자 빠른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며 3월분 스폰서비 12억원 지급을 유보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정상적인 사외이사 선임까지 알려지며 히어로즈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싸늘해질 것으로 보인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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