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탑의 도시' 산 지미냐노 중세 성벽 일부 붕괴

입력 2018-04-05 18:26
이탈리아 '탑의 도시' 산 지미냐노 중세 성벽 일부 붕괴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높은 탑들이 즐비해 '중세의 맨해튼'이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는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주의 고도 산 지미냐노의 중세 성벽 일부가 무너져 이탈리아 문화재 관리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ANSA통신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13세기에 축조된 산 지미냐노의 6m 높이의 성곽 일부가 지난 3일 붕괴돼 인근 산책로를 덮쳤다. 사고 직후 지역 소방대원들은 희생자 파악을 위해 탐지견을 동원해 돌무더기 사이를 수색했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붕괴는 최근 이어진 잦은 비로 성벽의 기저부가 약해지며 초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역 당국은 밝혔다.

엔리코 로씨 토스카나 주지사는 4일 산 지미냐노에 비상 사태를 선포하고, 도시의 보존을 위해 신규 재원을 투입할 것을 약속했다. 이탈리아 문화부도 무너진 성벽 복구 비용으로 30만 유로를 긴급 할당했다.

하지만, 자코모 로씨 산 지미냐노 시장은 "중앙 정부의 예산 삭감 때문에, 산 지미냐노의 취약한 건축물들을 제때 보수할 수가 없었다"며 "이번 일은 지역 문화유산에 대한 중앙 정부의 무관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2014년에도 에트루리아 시대에 형성된 인근 도시 볼테라에서도 성벽 일부가 붕괴되는 등 토스카나 지역에서는 과거에도 유사한 사고가 존재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산 지미냐노는 중세 시대 앙숙이었던 구엘프와 기벨린 가문이 경쟁적으로 높은 성곽과 탑을 짓기 시작하면서 한때 높이 70m에 달하는 탑이 70여개까지 늘어났고, 현재까지도 수 십 m에 달하는 13개의 탑이 우뚝 솟아 있어 '탑의 도시'로 불리는 곳이다.

해마다 300만 명의 관광객이 이 도시를 찾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 관광객들도 많이 몰리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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