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국회, 일자리 추경안 쓰임새 꼼꼼히 심의하길

입력 2018-04-05 18:57
[연합시론] 국회, 일자리 추경안 쓰임새 꼼꼼히 심의하길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재난 수준의 고용위기를 극복하고 구조조정 충격을 받는 지역의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해 총 3조9천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2조9천억 원은 청년 일자리 대책에, 나머지 1조 원은 조선업과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남·전북·울산 등의 지역경제 회복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일자리 지원을 통해서는 올해 5만 명가량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 정부 목표다. 정부는 5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추경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추경안이 6일 국회에 제출된 뒤 이낙연 총리가 9일 국회에서 추경안 관련 연설을 할 예정이다. 추경안이 4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처리될 경우 이르면 5월부터 집행된다고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 일자리 추경의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있는 데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의 반대도 강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올해 본예산이 국회를 통과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정부가 추경안을 편성한 것은 현재 일자리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국무회의에서 "청년 4명 중 1명이 체감실업률 기준 사실상 실업상태여서 2012년까지 (취업시장에) 유입되는 에코 세대(1968~1974년 출생한 '2차 베이비 붐' 세대의 1991~1996년생 자녀들) 39만 명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재난 수준의 고용위기 상황이 예견된다"고 강조한 데서도 그런 인식이 느껴진다. 김 부총리는 "구조조정이 가속하면서 구조조정 밀집지역 실업률이 2배 이상 상승했고,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지역의 생산·고용 위축 등 추가적 위기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런 청년·지역 고용위기 극복을 위해 즉시 시행해야 할 핵심 사업을 3조9천억 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통해 뒷받침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구인난을 겪고 있는 중소사업장에 약 20만 개의 일자리가 비어 있는 만큼, 중소기업에 신규 취업하는 청년의 실질소득을 재정 지원을 통해 연간 1천만 원가량 올려줌으로써 구인·구직 간의 '미스매치'를 해소한다는 구상이다. 채용을 늘리는 기업과 혁신창업 기업에 세제혜택 줘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고, 취업 교육을 확대해 청년 취업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도 추경안에 들어있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집행하고 제도 개선을 지속하면 올해 약 5만 명, 2021년까지 4년간 총 18만~22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조조정지역 지원 대책으로는 전북 군산시, 경남 거제시·통영시·창원시·고성군, 울산 동구 등 6개 지역을 고용위기 지역으로 지정하고, 올해 6월 말 종료 예정이던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기간을 연말까지로 6개월 연장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 효과로 가계소득 등이 증가하면 우리 경제 성장률이 0.1%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추경 재원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세계잉여금 2조 원과 한국은행 잉여금 6천억 원, 고용보험과 도시주택 기금 등 여유 자금으로 충당해 초과 세수 활용이나 국채 발행은 없다고 못 박았다.

정부 추경안을 놓고 중소기업계는 긍정 평가하면서도 최저임금 인상이나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현안에 대한 보완책을 주문했다.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을 재정 지원만으로 극복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재직 기간이 늘어나면서 더 커지는 구조다. 그런데 정부 지원이 한시적이어서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을 얼마나 유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추경으로 구조조정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대책도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구조조정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을 것이란 신호로 잘못 해석될 여지가 있어서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진되는 추경인지라 이번 추경이 '선심성·선거용'이라고 주장하는 주요 야당들의 반발도 국회 처리 과정에서 넘어야 할 과제다. 결국, 이번 추경안 통과 여부는 정부가 추경의 필요성을 잘 설명하고, 실효성 있는 집행 계획을 세워 일부 국민의 우려를 불식하느냐에 달렸다고 하겠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