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대란' 경고 번번이 무시한 환경부…현장점검도 '뒷북'(종합)

입력 2018-04-05 15:52
'재활용대란' 경고 번번이 무시한 환경부…현장점검도 '뒷북'(종합)

5일 추가 대책 발표 미루고 뒤늦게 현장 점검…수거업체와도 만나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환경부가 수차례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도 묵살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또 재활용 업계의 비닐·스티로폼 수거 중단이 시작된 이달 1일 이후 닷새만인 5일 부랴부랴 현장점검에 나서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탁상행정' '늑장대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5일 정부 연구용역 검색사이트인 '온나라 정책연구'를 확인한 결과, 환경부는 2016년 3월 '재활용제품 수요창출을 위한 재활용시장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통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로부터 연구 결과를 받아봤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는 당시 연구 보고서에서 "국제 유가 하락과 국내·외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수요 위축 등으로 재활용 업체의 경영이 악화하고 있다"며 "재활용 시장 위축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재활용 시장 붕괴에 따른 자원낭비와 폐기물 처리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인해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합성수지 재활용 업체 중심으로 도산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미국에서도 재활용 업체들이 도산하거나 사업을 포기해 재활용품 수거를 포기하고 매립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고 '대란'을 경고했다.

이런 전망이 있었던 것에 이어 지난해 7월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 수입 중단 방침을 밝혔는데도 역시 환경부는 업계의 상황을 점검하는 등의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올해 1월 중국 측이 폐자원 수입 전면 금지를 단행했는데도 역시 상황을 방치했고, 심지어 4월 1일부터 폐비닐·스티로폼 수거 중단방침이 일선 아파트단지마다 전달된 상황에서도 "기존대로 내놓으면 된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반복했을 뿐 현장 상황 점검에 나서지 않았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지난 2일 경기도 광명시의 아파트를 현장 방문했을 때도 수거 업체가 가져가지 않은 비닐, 스티로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고, 현장에서는 환경부나 지자체의 방침과는 달리 업체에서 수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현장점검보다는 재활용 추가대책을 발표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준비했다가 4일 밤 총리실로부터 "여전히 재활용 쓰레기 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 혼선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추가대책을 발표하는 게 시기상 맞지 않는다"고 질타를 받고 회견을 연기했다.



정부 내에서도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기자들에게 혼란이 빚어진 데 대해 국민으로부터 "야단은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총리도 3일 국무회의에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며 "중국이 재활용쓰레기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한 것이 지난해 7월, 실제 수입을 중단한 것이 올해 1월로 이렇게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작년 7월부터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제때 대처하지 않고 문제가 커진 뒤에야 부산을 떠는 것은 책임 있는 행정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환경부는 이날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재활용품 수거 현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섰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장의 혼란을 수습하는 게 우선이라는 결론에 따라 오늘 재활용 쓰레기 처리 대응방안 발표를 연기했다"면서 "일단 오늘부터 긴급 현장점검에 들어가 수거 거부 사태부터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군·구 등 지자체에서도 사태 수습을 위해 열심히 한다고는 하지만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환경부도 직접 나서 현장의 애로사항과 불편을 직접 듣기로 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재활용 선별업체들과 접촉을 늘려가면서 재활용 쓰레기가 정상 수거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안병옥 차관과 실무진은 전날 수도권 재활용품 수거 업체 대표들과 만나 관련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파트와 직접 계약한 재활용 업체들과도 얘기해서 일일이 현황을 파악해나가고 있다"면서 "실무진 차원에서도 어떻게 최대한 많은 수거 업체들과 만나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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