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부터 촛불까지…시위문화가 발전해 역사의 동력"
정치 관점서 본 다산 사상…해배 200주년 국제심포지엄
(남양주=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5일 "다산 정약용 선생의 정치사상은 오늘날 정치 현실의 문제점을 깨닫게 하고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차원의 반성을 촉구하는 의미가 담겼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이날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다산 정약용 해배(유배에서 풀림) 20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에서 '다산의 정치사상, 법치(法治)와 예치(禮治)'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다산은 민중의 자치적인 움직임에 부정적인 관점을 갖지 않았다"며 "임금을 붙잡아 끌어내리는 것도 다중이요, 올려서 윗자리에 앉히는 것도 다중이라고 여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산은 밑에서 위로 올리거나 추대하는 '하이상'(下而上) 방식으로 통치기구를 구성하는 제도가 정당하다는 논리를 폈다"며 "이 같은 사고 논리의 바탕에는 민(民)을 정치의 주체로 인식하는 민주적 사상이 있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현행 민주주의는 이상적인 제도도 완전무결한 제도도 아니다"며 "한국의 최근 정치 상황에 비춰 민주주의를 어떻게 제도화해야 할 것이냐는 우리가 다 같이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제안했다.
그는 "한국은 20세기 이후 3·1운동, 4·19, 5·18 광주, 6·3항쟁에서 최근의 촛불시위에 이르기까지 시위문화가 발전해 역사의 동력이 됐다"며 "촛불이 잦아들지 않고 전진적 방향으로 끌어가야만 진정한 민주제도가 정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국제심포지엄은 다산 해배·목민심서 저술 200주년을 기념해 경기도 남양주시와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한국위원회가 공동 주최했다.
'지속가능한 발전, 정약용에게 묻다'라는 주제로 다산의 인본주의와 실사구시 정신에서 인류가 나아갈 방향을 찾는 학술행사이며 교육, 과학, 경제, 사회 등 4개 세션으로 나눠 6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에는 임 교수를 비롯해 네덜란드 레이던대 한국학 명예교수인 보데왼 왈라번(Boudewijn walraven) 박사가 '유럽시각에서 본 다산의 사상'에 대해, 양수길 유엔한국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대표가 이번 심포지엄 주제에 대해 각각 기조 연설했다.
둘째 날에는 로봇공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데니스 홍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비롯한 분야별 국내외 석학 8명이 강연한 뒤 토론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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