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향한 2천21그루의 희망…'평화와 번영의 숲' 조성

입력 2018-04-05 14:31
통일 향한 2천21그루의 희망…'평화와 번영의 숲' 조성

북한 황무지 복원 위한 묘목 "전쟁의 땅 철원에 평화 심는 것"

(철원=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전쟁과 원한의 땅이었던 이곳 철원에 평화와 화합을 위한 나무를 심었습니다."



제73회 식목일인 5일 통일을 바라며 북한에 보낼 묘목을 심는 행사가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통일양묘장에서 열렸다.

'통일의 길목 통일로 가는 나무 심기'를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비가 내려 노란 우의를 두른 참석자 200여명이 식재를 위해 삽을 들었다.

차량 계기판 온도계가 3도를 가리킬 정도로 춥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였지만 이들은 단비를 반기며 나무를 심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최근 남북관계에 봄기운이 찾아오면서 몇몇 참석자들은 통일에 대한 희망을 내비쳤다.

춘천에서 온 주부 최남영(47)씨는 "동요 '고향의 봄'을 흥얼거리며 묘목을 심었다"며 "북한에 가서 숲을 이루고 있을 이 나무를 이른 시일 안에 다시 만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원주 구곡초등학교 4학년 박시현(10)양은 "흐린 날씨에 걱정했지만, 이 비가 통일나무를 더 잘 자라게 해줄 것 같다"며 "금강산에 놀러 가서 북한 친구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날 심은 묘목은 총 2천21그루로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 남북공동개최 유치를 바란다는 의미를 담았으며, 북한 황폐 산지 복원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아시아 녹화기구 조사에 따르면 북한의 황폐 산지 면적은 168만여㏊로, 녹화를 위해 약 65억그루의 나무가 필요하다.

이는 1970년대 우리나라의 1차 녹화조성사업에 들어간 나무 30억그루의 2배가 넘는 양이다.

이를 위해 아시아 녹화기구는 강원도, 통일과 나눔 재단, 철원군 산림조합과 함께 지난해 9월 통일양묘장을 건설했다.

통일양묘장은 철원군 근남면 사곡리 2만8천㎡(8천470평)에 연간 60만그루 묘목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조성했으며 북한에 심을 묘목도 함께 생산하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이날 기념사를 통해 "이곳 철원은 한국전쟁 때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 피가 산을 이룬 곳"이라며 "여기 심어진 평화의 나무가 잘 자라서 빨리 북한에 심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북 산림녹화 지원은 한반도 전체의 숲 생태계를 풍성하게 하는 사업으로, 통일 후 들어갈 산림 복구 비용도 크게 줄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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