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 전승되는 고향의 기억…재일교포들의 특별한 식목일
경남 출신 재일동포 293명, 의령 '재일도민회 향토기념식수' 참석
(의령=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일본에서 태어나고 성장했으나 유년 시절 아버지 고향인 경남 의령의 친척 집을 방문한 추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식목일인 5일 고국을 찾아 고향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을 나무와 함께 심기 위해 재일동포 293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경남 의령군 정암공원에서 경남도 주최로 '제42회 재일도민회 향토기념식수' 행사가 열렸다.
매년 식목일이 되면 이날을 기념하고자 각 지역에서 으레 열리는 평범한 행사 중 하나로 비칠 수 있으나 경남을 찾은 재일동포들에게는 의미가 남달랐다.
타향살이를 하는 이들에게 고국의 흙을 어루만지며 고향에 대한 각자의 기억과 그리움을 잠시나마 되새기거나 달랠 수 있는 소중한 행사이기 때문이다.
이날 도쿄(東京), 가나가와(神奈川), 지바(千葉), 긴키(近畿), 교토(京都), 야마구치(山口), 히로시마(廣島) 등 일본 9개 지역에서 이날 행사장을 찾은 재일동포 293명은 모두 고향이 경남이거나 그들의 후손이다.
이들은 느티나무와 목련 등 24종 9천300여 그루를 정암공원에 심었다.
나이 지긋한 노인들은 고향에 대한 추억을, 고향 땅을 난생처음 밟은 후손들은 선조에 대한 기억을 나무와 함께 심었다.
올해로 42회째를 맞는 재일도민회 나무 심기 행사는 해외동포가 고향 사랑을 실천하는 전국 유일의 행사다.
도는 1975년 양산에서 처음 식수행사를 개최한 이래 42회에 걸쳐 재일동포를 초청, 지금까지 약 29만8천 그루의 나무를 심어 이들의 애향심을 고취하는 동시에 푸르고 아름다운 고향 가꾸기에 앞장섰다.
매년 600∼700여명의 재일동포가 이 행사에 참가한다. 특히 해를 거듭할수록 1세대 재일동포뿐만 아니라 이들의 자녀와 손자, 손녀 등 3세대까지 함께하는 행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오카야마 경남도민회 정우일 부회장은 "저는 오늘 식수행사가 개최되는 이곳 의령군 출신이라 감회가 남다르다"며 "어릴 적 명절을 기다리던 것과 같은 설레는 마음으로 이번 행사에 참가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고향에 대한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매년 저희를 초대해준 경남도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이 행사가 지속돼 매년 고향의 추억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경호 경상남도지사 권한대행은 "한결같이 고향을 찾아 나무 심기를 통해 애향심을 꾸준히 실천해 오고 계시는 재일도민회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앞으로도 도는 출향인사들의 애정과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풍물놀이, 기념사·축사, 기념목 식수 순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293명의 재일도민회원 외에도 한 권한대행 등 총 600여 명이 참석했다.
현재 일본에는 58만여명의 교포가 살고 있는데 이 중 경남 출신이 19만여명으로 추산된다.
경남도민회 회원은 11개 지역별 도민회에 6천900여명에 이른다.
home12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