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법률구조공단 이사장 해임방침…당사자는 불복 예고(종합)

입력 2018-04-05 17:12
정부, 법률구조공단 이사장 해임방침…당사자는 불복 예고(종합)

법무부, 이헌 이사장에 '해임 사전 통지문' 발송…"정상 경영 불가능"

이헌 "허위사실로 前 정권 임명 인사 찍어내기…법적 절차 따라 대응"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정부가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이헌(57)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중도 해임하기로 했다. 이 이사장은 정부가 정치적 의도로 자신을 쫓아내려 한다며 불복 및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20일∼23일 법률구조공단을 감사한 결과 이 이사장의 해임 사유가 확인되고 공단의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사장 해임 절차를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

법무부는 이날 이 이사장 측에 해임 사유 등이 적힌 '해임 사전 통지문'을 보냈다. 통지문을 받은 이사장은 반박 의견을 내거나 청문회 개최 요청 등을 할 수 있다. 이사장에 대한 인사권은 법률구조법 제13조에 따라 법무부 장관에게 있다.

법무부는 감사에서 이 이사장이 독단적으로 기관을 운영하는 등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차별적이거나 모욕적인 언사를 남발하고 공단 내 변호사와 일반직원 간 갈등에도 원칙 없는 대응을 했다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인센티브 3억4천만원을 무단으로 지급하고, 개인 명함 형식의 이동형 저장 매체(USB) 400개를 제작·배포하는 등 부적정한 예산 집행으로 공단에 손실을 초래했다는 내용도 통지문에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이사장은 법무부가 정치적 이유로 임기가 남은 자신을 찍어내려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법무부의 감사는)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이사장을 해임하려는 예정된 수순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무부가) 저에 대한 공개적인 망신을 도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무부로부터 이사장 해임 절차 진행에 관하여 어떠한 공식적인 통보도 받은 사실이 없다. 법무부의 보도 내용은 허위사실을 적시하는 등 위법의 소지가 있다"며 "해임 절차에 대하여도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2016년 5월 취임한 이 이사장의 임기는 2019년 5월까지다.

보수 성향 변호사 단체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를 지낸 이 이사장은 2015년 8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추천 몫으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그는 야당 추천 특조위원들을 중심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을 조사하려는 움직임이 표면화하던 2016년 2월에 부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법률구조공단은 경제적 약자에게 무료로 법률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무부 산하기관이다. 공단 일반직 직원으로 이뤄진 노동조합은 지난 2월 이 이사장을 '박근혜 정권의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며 사퇴를 요구하는 파업을 했다.

변호사 신분의 직원들도 이 이사장이 변호사 직군의 이익을 대변해주지 않는다며 지난달 별도 노조를 설립하고 법무부에 이사장 감사를 요구했다. 이 이사장 자신도 노조 간부들에 대한 감사를 요청했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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