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언론 "트럼프·김정은 둘다 '영리한 녀석들'"
SCMP 기고문…트럼프 대북·대중외교 호평
"트럼프 '위험한 멍청이' 아냐…김정은은 '계산능한 카멜레온'"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취임 1년여 만에 비판과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지만 대북·대중 정책 면에서는 지금까지 역대 어느 전임자보다 큰 성과를 거둔 영리한 대통령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출신 홍콩 언론인 마이클 추가니는 4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고문에서 "그의 실용적 대북·대중무역 외교에서 알 수 있듯 트럼프 대통령은 '위험한 멍청이'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추가니는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이들은 무신경하고 거들먹거리는 그의 언행이 대통령답지 못하다고 하지만 "대통령다운 행실 덕분에 그의 전임자 빌 클린턴, 조지 W.부시, 버락 오바마가 얻은 성과는 아무 것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최대 핵무기 보유고의 단추에 손가락을 얹은 변덕스러운 지도자의 협박을 누가 감히 단순한 허풍으로 치부할 수 있겠는가"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경솔한 예측 불가능성이 사람들을 두렵게 한다"고 설명했다.
추가니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하고 미사일 추가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남북·북미정상회담을 제안하며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직접 방중하도록 만든 이는 "위험한 멍청이"로 불리는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보다 더 큰 핵단추를 갖고 '화염과 분노'의 위협을 가하지 않았더라면 김 위원장은 여전히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미국과 동맹국을 향해 미사일 1기만 발사하더라도 자신과 북한이 재로 변할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고 했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격한 정책 때문에 그가 심리나 지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논쟁이 불붙기도 했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임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바보'라고 불렀다.
마찬가지로 퇴출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트럼프 대통령을 사석에서 "유치원생의 지능을 가진 바보, 멍청이"로 불렀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자신은 '안정적인 천재'라고 항변한 바 있다.
추가니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보냐는 문제에 대해 "바보와는 거리가 멀고 실제로는 '영리한 녀석'(smart cookie)"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영리한 녀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한 차례 사용한 호칭이다.
추가니는 최근 몇 달 동안의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의 전개를 볼 때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른 방식으로 '영리한 녀석'이라고 해설했다.
그는 "김정은은 자신의 숙부와 형을 가차 없이 살해하면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해빙무드로 끌어낼 정도로 계산에 능한 카멜레온"이라고 평가했다.
추가니는 대중외교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영리한 면모를 자랑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중국 정부가 제조업 부문을 완전히 개방하고, 자국에 진출하려는 외국 기업에 기술이전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무역정책 덕분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위협에 놀란 시 주석이 시장개방 논의를 위해 미국에 특사를 보낸 것"이라며 트럼프의 대중 무역압박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추가니는 자신은 트럼프 옹호론자가 아니며 2016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서도 "무모한 도전과 같은 그의 외교가 미국의 정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역대 어떤 대통령도 가지 못한 곳으로 미국을 이끌었다는 사실은 어쩔 수 없이 인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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