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멕시코 국경에 주방위군 투입 명령…"국경은 위기상황"(종합)

입력 2018-04-05 11:38
트럼프, 멕시코 국경에 주방위군 투입 명령…"국경은 위기상황"(종합)

닐슨 국토안보장관 "국경순찰대 지원 역할…나쁜 행동에 대한 대가"

멕시코 "미국과 협력 중단" 강력 반발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강건택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입국을 차단하기 위해 멕시코 국경에 주 방위군을 투입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주 방위군 투입을 명령하는 내용의 대통령 포고령에 서명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령에서 "국경에서의 상황은 지금 위기의 지점에 도달했다"며 "우리의 남쪽 국경에서 계속되는 무법은 미국인들의 안전, 안보, 주권과 절대로 공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행정부는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명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전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오늘 강력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 예고한 이후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그는 전날 "(멕시코) 장벽을 쌓고 적절한 경비를 할 수 있을 때까지 군대로 국경을 지킬 것"이라며 군 투입 구상을 처음 밝힌 바 있다.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멕시코 국경에 주 방위군을 배치하는 것은 "불법 마약 밀매와 밀입국 등 나쁜 행동에 대한 대가"라며 "국경 경비는 국가를 지키는 국토 안보"라고 설명했다.

닐슨 장관은 그러나 병력 투입 규모와 기간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병력 규모와 시기를 묻는 말에 "현재의 공백을 메우는 데 필요한 만큼, 즉시 파병이 시작되길 바란다"고 답변했다.

일부 병력은 이르면 이날 밤부터 국경에 도착할 수 있다고 닐슨 장관은 전했다.



닐슨 장관은 국경 배치 병력은 국경 경비 당국인 국경순찰대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며, 적극적으로 불법 월경자를 구금하거나 취급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역할 제한은 의회 승인 없이 미 영토 내에서 법 집행 임무에 군대를 동원할 수 없도록 한 연방법률과 충돌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과거 정부의 전례를 따른 것이다.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인 2006년과 2010년 각각 6천 명과 1천 200명을 멕시코 국경에 파견해 국경순찰대를 돕는 임무를 수행하게 했다.

이번에 파견하는 군 병력도 2006년 부시 행정부 시절 주 방위군이 국경에서 세관과 국경순찰대 지원 업무를 한 것과 비슷한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닐슨 장관이 설명했다.

국토안보부는 현재 공중감시와 같은 군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국경 지역 리스트를 만들고 있다.

미 의회의 한 보좌관은 AP에 300∼1천200명의 병력이 파견되고, 연 6천만∼1억2천 만 달러(약 635억∼1천270억 원)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의원들이 추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닐슨 장관은 멕시코 국경 접경주(州)인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뉴멕시코, 텍사스 등 4개 주 주지사들과 협의한 사실을 전하며 "주지사들은 우리의 주권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경 지대에 주 방위군을 배치한다는 미국의 결정에 멕시코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AP에 따르면 멕시코 상원의원들은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에게 이민과 안보 현안에 관한 미국과의 협력을 잠정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보냈다.



k02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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