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목사 50주기 미 전역 수십만 행렬…'나는 사람이다' 울림(종합)
암살현장 멤피스서 39회 타종…워싱턴DC에서도 수만명 행진
트럼프 "미국인들 증오에서 해방되길", 오바마 "그의 용기가 우릴 이끌어" 추모
(로스앤젤레스·서울=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김아람 기자 = 1968년 4월 4일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로레인 모텔 306호 발코니.
분리주의자(인종차별주의자) 제임스 얼 레이의 총탄에 맞은 마틴 루서 킹 목사는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한 시간 만에 과다출혈로 39세 짧은 생을 마감한다.
그해 3월 말부터 킹 목사는 멤피스에서 1천300여 명이 참여한 청소 노동자 파업을 지원하던 중이었다.
3월 28일 멤피스 시내 청소 근로자 노조 집회를 이끌고 4월 4일에는 또 다른 집회에서 연설하고 돌아온 뒤 숙소 발코니 앞에서 얘기를 나누던 중 흉탄이 그의 머리로 날아왔다.
당시 청소 노동자들의 삶은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고 한다.
기계화된 압축기가 막 도입되던 시점이었지만 여전히 거대한 쓰레기통을 일일이 들어 쓰레기차에 부어야 했다. 퇴근 무렵엔 온몸이 오물 투성이로 뒤덮였지만 변변한 샤워시설도 없었다.
청소 근로자들은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버스 탑승을 거부당하기 일쑤였다.
급기야 멤피스에서 쓰레기 압축기 사고로 청소 직원 2명이 사망하면서 노동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86세 청소 노동자로 60년간 근무한 멤피스 최고령 환경미화원 엘모어 니클베리는 미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킹 목사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파업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니클베리는 멤피스 아메리칸 페더레이션 1733번지 노동조합 본부 앞에서 펼쳐진 킹 목사 추모 행렬에 참여했다. 그의 앞에는 '우리는 기억합니다'라는 사인 보드가 펼쳐졌다.
또 다른 청소 근로자로 75세인 클레오퍼스 스미스는 "그날은 이 도시 전체가 슬픔에 빠졌다"고 기억했다.
고령의 청소 근로자들은 킹 목사에게 진 빚을 갚는 행진을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멤피스 시내에는 이날 수만 명의 시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행진했다.
그들의 손에는 50년 전 청소 근로자들이 목놓아 외쳤던 것과 똑같은 구호인 '나는 사람이다(I Am A Man)'가 들렸다.
킹 목사가 암살당한 로레인 모텔 건물 앞에서 열린 멤피스 추모 집회에는 대권 주자로 꼽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제시 잭슨 목사, 앨 샤프턴 목사, 존 루이스 의원 등이 참여했다.
제시 잭슨 목사는 킹 목사가 총을 맞은 모텔 발코니에서 그 총격의 상처가 "아직도 쓰라리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사회 정의를 실현하려는 시민 운동가들이 "절대 싸움을 멈추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잭슨 목사는 "이 발코니에서 우리는 총알 하나가 사회 운동을 죽이도록 놔두지 않기로 했다"고 모텔 앞에 모인 시민 수천 명에게 외쳤다.
국립민권운동박물관으로 바뀐 로레인 모텔 건물에선 킹 목사가 암살당하기 전인 1967∼1968년 마지막 모습을 담은 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멤피스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이 50주기 상징으로 50마일(약 80㎞) 행군을 했다.
킹 목사가 피격된 시간인 오후 6시 1분에는 39회 타종이 이뤄졌다. 그의 39세 생애를 상징하는 타종 행사다. 멤피스 외에도 워싱턴DC 등에서도 시간대별로 타종이 이어졌다.
워싱턴DC에서도 수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가 열렸다.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평생을 바친 킹 목사를 기리는 집회로, 참가자들은 이날 아침 목사 기념관이 있는 내셔널 몰에서 출발해 행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킹 목사 50주기에 맞춰 올린 트윗에서 "킹 목사에 대한 기억을 기리며 모든 미국인이 공포와 증오로부터 해방되길 바란다"고 썼다.
이와 별도로 낸 성명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킹 목사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통합, 평화, 정의를 구현하는 이 위대한 나라의 사람들"이라며 킹 목사의 뜻을 기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15일 마틴 루서 킹 데이에 별도 행사 없이 골프장으로 향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미국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영상 메시지에서 킹 목사의 비전 덕분에 "우리가 여기까지 올 용기를 찾았다"고 경의를 표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명연설을 남긴 흑인 인권 운동가이자 위대한 설교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틴 루서 킹 주니어(1929∼1968)는 1968년 멤피스에 흑인 청소 근로자 파업을 지원하러 갔다가 피격돼 3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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