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학생들도 정부에 맞서 동맹휴업…수업 파행
70개 국립대 중 9개교 봉쇄…대입제도·노동개편에 반대해 수주째 수업거부
노동·좌파진영, 대학생들에게 "50년 전 68정신 계승" 총파업 동참 호소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철도 파업과 동시에 프랑스 대학생들도 정부의 대학교육과 노동구조개편에 맞서 동맹휴업에 나서는 등 반발하고 있다.
철도공사(SNCF) 노조들의 강력한 총파업에 직면한 프랑스 정부는 대학생들의 휴업과 철도노조와의 연대를 경계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파리·리옹·마르세유·툴루즈·보르도·낭트 등 프랑스 주요 도시들의 대학들은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연좌농성에 나서면서 수업과 시험이 취소되는 등 대학교육이 수 주째 파행을 겪고 있다.
4일(현지시간) 파리 소르본대와 리옹 2대 등에서는 학생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대학교육과 노동시장 구조개편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학교 출입문을 봉쇄했다.
리옹대 학생들은 중앙 강당을 점거하고 "정부가 지배 이데올로기인 시장경제에 들어맞는 지식만 주입하려 한다"고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공영 프랑스텔레비지옹에 따르면, 3일 저녁(현지시간) 현재 프랑스 전역의 70개 4년제 일반 국립대 중 아홉 곳이 학생들의 수업거부와 연좌 농성으로 폐쇄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몽펠리에 법대 강당에서 정부의 대학교육 개편에 항의해 점거농성을 하던 학생들을 복면을 괴한들이 밤중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하며 쫓아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22∼23일 일어난 폭력사건에서 괴한들의 배후로 의심받는 이 대학 법대 학장은 이 사건으로 사임했고, 그와 다른 교수 1명을 상대로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사건 직후 폐쇄된 몽펠리에 법대는 3일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다시 문을 열었지만, 학생과 대학 측의 긴장이 팽팽한 상태다.
프랑스 대학생들은 마크롱 정부의 대학교육 개편 방향이 프랑스의 평등주의적인 원칙들을 깨고 엘리트주의를 도입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지원자가 정원을 넘겨 몰리는 대학들이 무작위 추첨으로 선발하는 현 대입 방식을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학교성적과 활동기록, 학교의 학생에 대한 평가를 참고해 대학이 자체적으로 입학이나 조건부 입학, 불합격자를 가리도록 허용하는 등 대학의 학생선발권을 확대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또 대입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의 과목 수를 줄이고, 최종시험의 점수만 기재하는 현행 방식에서 고교 최종 2년간의 모든 시험점수와 결과를 기재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등 대입제도도 뜯어고치기로 했다.
프랑스의 학생들과 교사노조 등에서는 이번 개편으로 대입 경쟁이 전반적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 노조와 좌파진영은 마크롱 정부의 독주를 막겠다면서 대학생들의 대정부 투쟁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정확히 50년 전인 1968년 봄 프랑스 전역의 대학생들이 학교를 점거하고 파업 노동자들과 연대했던 이른바 '68년 5월 혁명'의 정신을 이어받아 마크롱 정부의 시장친화적 사회개편 시도를 막아내자고 주장한다.
1968년 3∼5월에는 프랑스 전역에서 대학생과 파업 노동자가 결합해 샤를 드골의 오랜 집권에 따른 사회의 보수화와 권위주의에 저항하고 베트남전 반대, 대학의 자유, 성적 자기결정권 확대 등을 역설했다.
당시 5월 학생들과 파업 노동자들이 파리 등 도시들의 시내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쌓고 대규모 장외투쟁을 벌이면서 프랑스 경제는 거의 마비 직전의 수준으로 내몰렸다. 당시 샤를 드골 대통령은 결국 국회를 해산했고 1969년에는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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