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초 인질극' 경찰 도착전 긴박했던 10분…범인 달래며 대화

입력 2018-04-04 17:50
'방배초 인질극' 경찰 도착전 긴박했던 10분…범인 달래며 대화

교감 "아이한테 왜 그러는가, 무엇 때문인가"…범인 "기자 불러달라"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지난 2일 인질극이 벌어졌던 서울 방배초등학교에서는 경찰이 도착하기 전 약 10분 동안 인질범을 안심시키려는 학교관계자들의 대화 시도가 긴박하게 이뤄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4일 학교 폐쇄회로(CC)TV와 경찰 조사 결과 등을 종합하면 인질범 양모(25)씨는 2일 오전 11시 39분께 학교 정문에서 보안관에게 "졸업생이다. 졸업증명서를 떼러 왔다"고 말하며 교문을 통과했다.

당시 보안관은 학부모들이 맡긴 물품을 학생들에게 건넬 준비를 하느라 분주해 미처 양씨의 출입 기록을 작성하지 않았고, 신분증을 교환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문을 통과한 양씨가 학교 1층에 있는 교무실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40분이다. 교무실에는 여교사 1명과 행정직원 1명이 있었다.

이어 쉬는 시간을 이용해 학급물품을 가지러 온 학생 6명이 내려왔고, 양씨는 6명중 1명인 A(10)양을 흉기로 위협해 붙잡은 뒤 "기자를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교무실 옆 행정실에 있던 교사 1명이 다급하게 학교 보안관실에 전화를 걸었고, 보안관이 1분여만에 교무실로 뛰어왔다.

보안관 최모(64)씨는 도착 직후 A양을 흉기로 위협하면서 교무실 의자에 앉아 복도 쪽을 바라보고 있던 양씨에게 "왜 그러느냐"라고 하며 안심시키려 했다.

이어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손으로 땅을 짚으며 기어서 천천히 다가갔다고 한다.

최씨는 "혹시 아이 삼촌인가. 오빠인가"라고 물으며 달래려고 했지만, 양씨는 뜻밖에도 차분한 목소리로 "나가라"고 나지막이 말했다고 한다.

교무실에 있던 여교사도 "(범인을 자극하지 않게) 나가는 게 좋겠다"고 말하자 최씨는 오전 11시 43분께 교무실을 빠져나와 옆 행정실에서 경찰에 신고했다.

이어 11시 43분께 연락을 받고 온 교감이 교무실에 도착해 양씨와 대화를 시도했고, 그로부터 4분 뒤에는 경찰에 2차 신고도 접수됐다.

교감은 "아이한테 왜 그러는가", "무엇 때문인가"라고 양씨에게 말을 걸며 경찰이 도착한 오전 11시 50분께까지 7분가량을 교무실과 행정실 등에 머물렀다.

하지만 양씨는 "기자를 불러달라"고 반복적으로 말할 뿐이었다.

오전 11시 50분께 학교에 도착한 경찰은 현장을 통제하고 교무실에 있던 여교사와 행정직원을 대피시켰다. 교감도 교무실 복도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이어 교장도 정오께 상황을 듣고 교무실로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곧이어 도착한 인질협상팀과 협조해 양씨와 대화를 이어나갔고, 대치 1시간여만인 낮 12시 43분께 양씨를 덮쳐 제압하면서 인질극이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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