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게 없는 트럼프 외교정책…선거 공약 그대로

입력 2018-04-04 16:30
달라진 게 없는 트럼프 외교정책…선거 공약 그대로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취임 14개월째를 맞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대선 후보 시절로 되돌아가고 있다".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의 글로벌 역할에 맞춰 자신의 견해를 수정 보완하는 대신 오히려 대선 후보 시절의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견해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발언을 예로 들면서 이는 자신의 행정부가 추구하는 시리아 전략과 상치하는 것으로 그가 대선 후보로서 같은 공화당 내 후보나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토론에서 행했음 직한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많은 전임 대통령들이 대통령 취임 후에는 후보 시절과 다른 행보를 보인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현직 수행에서 얻은 경험이 반영되지 않은 채 '미국 우선' 캠페인을 촉발한 호전성과 고립주의의 낯익은 혼합으로 다시금 빠져들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태만하다.", "러시아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파트너", "미국은 이라크전 이후 석유를 지켜야 했다", 그리고 "해외에서 군사적 모험을 추구하기보다 우리나라를 재건하길 원한다"는 등의 발언이 선거 때와 달라지지 않은 대표적인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전 이슈들로 회귀하고 있는 것은 그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나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 안보보좌관 등 보다 전통적인 견해를 가진 측근들을 마이크 폼페이오나 존 볼턴과 같은 강경파 인사들로 교체하고 있는 것과 때를 같이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따라서 이들 새로운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회귀적인 성격과 어떻게 맞물리느냐가 향후 트럼프 외교정책이 임기 중반의 수정 코스로 들어설지 아니면 무난한 언사와 입장으로 후퇴할지를 가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틸러슨과 맥매스터는 짐 매티스 국방장관과 함께 이란 핵 합의를 비롯한 주요 사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과격한 구상을 제어했으나 폼페이오와 볼턴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더욱 충실히 따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년여가 지났는데도 자신의 직관이 옳았음을 확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와 역사, 그리고 세부 정책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강력한 확신을 갖고 있으며 이들 확신이 놀라울 만큼 내구적이고 여타의 반증에도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전임자들이 남에게 잘 속아 넘어간 만큼 자신은 그보다 더 잘할 수 있으며, 동맹들이 미국을 착취해 온 만큼 그들의 빚을 돌려줘야 하며, 자유무역은 나쁘고, 군사력 사용은 절제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러시아 관계 등을 언급한 3일 백악관 이스트룸 발언을 통해 이러한 확신을 재확인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석한 발트 3국 지도자들에게 지속적인 동맹을 다짐하면서도 다른 나토 회원국들이 자신의 몫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확신에 찬 발언들은 그러나 시리아 철군 등에서 관련 고위 관리들과 이견을 빚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선거공약 이행에 큰 자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무역적자 감축 정책이 사례이다.

또 중동평화 절차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주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선거공약대로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도록 결정했다.

클린턴과 부시 행정부에서 외교관을 지낸 니컬러스 번스(전 국무차관)는 "최상의 현명한 대통령은 적응력을 갖춘 인물"이라면서 "그들은 자신의 선거전 견해를 재검토하지만 우리는 현재 적응력이 결여돼 있고 직책으로부터 배우지 못하고 있는 누군가를 지켜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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