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꽃피운 한지조각…전광영, 삼청동서 개인전
PKM갤러리서 6월 5일까지 전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전광영 작가는 요즘 종종 작업하다 말고,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을 찾는다. "앞치마를 두른 할머니들이 앉아서 한약재를 팔고 계세요. 커피 한 잔을 들고서 이리저리 그 앞을 오가면서 여쭤보죠. 치자 물은 어떻게 나오는지, 구기자는 또 색깔이 어떠한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봄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작품들은 이렇게 경동시장에서 구한 재료들로 만든 것이다. 작가는 한지 입체회화인 '집합' 시리즈로 유명하다. 먼저 삼각 스티로폼을 한자가 적힌 고서 종이로 감싼다. 이렇게 완성한 수천, 수만 개의 삼각 오브제를 캔버스 위에 빼곡하게 쌓아 올려 형태와 음영, 깊이를 만든 것이 '집합' 작업이다.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작가는 1990년대 본격적으로 선보인 '집합' 작업을 통해 세계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다.
빽빽한 외국 일정 속에서 7년 만에 개최하는 이번 서울 전시에는 최신작들이 나왔다. 꽃을 피워내듯 색감이 무척 화려하다. 한약방과 어울림 직한, 점잖은 분위기의 예전 '집합' 작업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준다.
4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색감이 아름답다는 이야기에 "제가 나이가 들어가는 모양"이라면서 웃었다. 이날 전시장에는 지난해 벨기에 보고시안재단의 유서 깊은 미술관인 빌라 엉팡 개인전을 함께한 아사드 라자 큐레이터도 자리했다.
세계 주요 미술기관 및 작가와 함께 일한 아사드 라자 큐레이터는 '집합' 작업을 두고 "이런 작업은 처음이었다. 하나의 작품이면서도 삼각형 모양의 개별 유닛으로 이뤄져 있고, 그 유닛 하나하나가 저마다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PKM갤러리 별관에서는 1970년대 초기작 색면추상 회화 작품들도 함께 전시된다. PKM갤러리 박경미 대표는 "소재도 방식도 달라졌지만, 현재의 작업들이 가진 화려한 색감과 입체적 형태감의 뿌리를 보여주는 작업들"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6월 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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