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루서 킹 서거 50주기…미 곳곳서 추모 행사
4일 워싱턴DC에서 수만명 참가 행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명연설을 남긴 흑인 인권 운동가이자 위대한 설교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틴 루서 킹 주니어(1929∼1968) 목사가 4일(현지시간) 서거 50주기를 맞는다.
서른아홉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 미국 흑인해방 운동 역사에 기념비적인 발자취를 남긴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미 전역에서 다양한 추모 행사가 열린다고 USA투데이 등 미 언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거 50주년을 맞는 4일 오전 수도 워싱턴DC에선 수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가 예고돼 있다.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평생을 바친 킹 목사를 기리는 집회로,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 7시 킹 목사 기념관이 있는 내셔널 몰에서 출발해 행진한다.
주최 측은 참가자 수를 5만 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화배우 대니 글로버,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을 벌인 인권운동가 드레이 매키슨 등 유명 인사들의 발언도 예정됐다.
주최 측은 집회의 취지가 킹 목사의 유산을 이어받고, 킹 목사가 시작한 '인종차별주의의 영원한 종식' 달성을 위해 행동을 촉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선 흑인 청년이 비무장 상태에서 그를 도둑으로 오인한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등 최근 미국에선 인종차별 논란을 재점화하는 사건이 잇따라 올해 추모 행사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모아진다.
클린 듀폰 워커 교회협의회 공동의장은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얻어낸 발전이 조금씩 사라지는 현실에 종교 지도자들이 좌절하고 있다며 협의회 소속 교회들이 이번 집회를 계기로 인종차별 불식을 위한 캠페인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킹 목사의 애틀랜타 자택과 앨라배마 몽고메리에 있는 기념관에선 철야기도 행사가 예정돼 있다.
인디애나주 아칸소와 뉴욕 등에선 촛불집회를 열고 킹 목사가 세상을 뜨기 전 마지막으로 한 연설을 낭독한다.
뉴욕주 사라토가에선 킹 목사를 기리는 표지판을 들고 침묵 행진을 한다.
킹 목사가 살해당한 테네시주 멤피스에선 10대 청소년들이 '50주기' 상징으로 50마일(약 80㎞) 행군을 하고 있다.
미시시피주에서 출발한 이들은 중간중간 인종차별을 주제로 한 토론도 벌인다.
행군을 기획한 자비스 워드는 "킹 목사가 이룬 것을 기리는 한편 그의 일을 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킹 목사가 피격당한 멤피스 로레인 모텔에선 킹 목사의 마지막 순간들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이제는 국립민권운동박물관이 된 이 모텔 건물에선 킹 목사가 암살당하기 전인 1967~1968년 킹 목사의 업적과 자신이 지원한 흑인 청소부 파업 운동의 파장에 놀라는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박물관은 기존 상설전시 외에 킹 목사의 인권 운동이 사회에 미친 영향력을 보여주는 '마틴 루서 킹 50: 기억해야 할 유산' 특별 전시를 4일 개막한다.
박물관의 노엘 트렌트 소장은 "현대의 사회정의 운동부터 정치와 팝 컬쳐까지 킹 목사가 끼친 영향력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1929년 태어난 킹 목사는 1950~1960년대 흑인 인권 운동을 주도했으며 특히 지난 1963년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란 명연설을 통해 인종차별 철폐와 인종 간 공존을 호소했다.
196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킹 목사는 1968년 멤피스에 흑인 청소부 파업 운동을 지원하러 갔다가 숙소 발코니에서 피격돼 3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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