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콩고 '끝나지 않는 전쟁'에 500만 집잃고 800만 굶주려
정부·국제사회 역할 부재로 '피의 악순환'…"정글의 법칙만 남았다"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저는 한낱 보병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왜 싸우는지 몰라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전쟁이 끝날 것 같지는 않아요. 아마 더 나빠지겠죠."
콩고민주공화국(이하 민주콩고) 반군 출신의 22살 청년 저스틴 카피투는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카피투는 현재 민주콩고 동부 마시시 지역의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몇 달 전 전쟁터에서 총상을 당해 오른팔을 잃고 장기가 손상됐다. 그는 동료들에게 버림받았고, 가족의 생사도 알지 못한다.
소화할 수 있는 영양분의 20%도 흡수하지 못하는 그의 몸무게는 불과 30㎏.
그가 살 수 있는 시간은 몇 개월도 채 남지 않았지만, 의사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카피투와 같은 안타까운 사연은 국토 곳곳에서 산발적 내전이 끊이지 않는 민주콩고에서 어느새 일상이 됐다.
서유럽 전체를 합친 것에 맞먹는 큰 국토 면적과 코발트 등 풍부한 자원을 자랑하는 민주콩고에서는 오랜 기간 내전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3월 유엔 집계 결과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한 인구가 1천300만여명으로 작년의 배로 늘었고,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도 770만명으로 30% 증가했다.
집을 잃은 난민도 450만여명에 달해 20여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고, 설상가상으로 콜레라까지 창궐했다.
일각에서는 5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1997∼2003년 내전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국경없는의사회 등 극소수 구호단체만이 남아 지원 활동을 하고 있으며, 내전은 더 악화하는 추세다.
정부의 권위는 무너져내렸고, 대담해진 무장 반군들은 영토와 자원을 놓고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도주의 담당 공직자들은 민주콩고가 중동 사태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엔 평화유지군이 민주콩고에 큰 비용을 들여 최대 규모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었지만 지난해 미국의 유엔 예산 절감으로 마시시 인근 기지를 폐쇄했다.
북 키부주(州) 주지사 쥘리앵 팔루코는 "어려운 시기를 겪고 많이 나아지기도 했지만 더 잘해야 한다"면서 "경찰도, 군대도, 사법 시스템도 없는 곳에는 오직 정글의 법칙만이 있다"고 말했다.
반군 지도자들은 자기방어를 위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반군 조직 자유독립콩고애국자동맹(APCLS)의 포스틴 미시바호 중령은 "우리 마을을 보호하려는 것일 뿐"이라며 "정부와 그 동맹군이 우리 땅에서 우리를 몰아내려는 것을 멈추면 우리도 싸움을 그만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은 그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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