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만성 포수' kt 이해창이 전하는 기다림의 시간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포수 고민을 안고 2018시즌을 시작한 구단들이 많다. 그러나 kt wiz의 포수 고민은 그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
롯데 자이언츠나 NC 다이노스가 주전 포수 빈자리 채우기에 고심 중이라면, kt는 장성우(28)와 이해창(31)을 어떻게 하면 동시에 기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김진욱 kt 감독은 "장성우가 포수로 나가면 이해창이 지명타자로, 이해창이 포수로 나가면 장성우가 지명타자로 나가는 카드를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투수에 따라 전담 포수제를 해서 서로 체력을 아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역할을 따지자면 장성우가 주전, 이해창이 백업이다.
그런데 이해창이 올해 좋은 수비에 폭발적인 타격감까지 보여주면서 김 감독의 행복한 고민을 키워주고 있다.
이해창은 지난 1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출전했다.
전날 두산전에 교체 출전해 만루홈런으로 시즌 첫 홈런을 때린 다음 날이었다. 이해창은 멜 로하스 주니어와 '한 이닝 만루홈런 두 개', 일명 '한만두'라는 KBO리그 사상 최초 기록을 작성했다.
이해창은 1일에도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맹타를 날렸다.
3일 넥센 히어로즈전에도 선발 출전한 이해창은 금민철과 7이닝 1실점을 합작하고, 2회 2사 1, 3루서 2타점 좌중간 2루타로 결승타를 날렸다. 도루 저지도 2번(고종욱·김지수) 성공했다.
이해창은 "그동안 타석에 못 나가서 풀이 죽어있었는데, 항상 자신 있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렸다.
한양대를 졸업하고 2010년 넥센에 입단한 그는 2011년 1군에서 14경기밖에 나오지 못하고 2군에서만 뛰다가 2014년 시즌 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2015년 kt에 새 둥지를 튼 이해창은 2016년 88경기, 2017년 114경기에 출전하며 점차 빛을 봤다.
그는 지금도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자신의 그릇을 빚어나가고 있다.
이해창은 "제가 뭐라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감히' 이야기를 하자면…"이라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포수 성장기를 이야기했다.
그는 "제 경험으로 1군과 2군, 신인급 포수의 실력 차이는 크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유와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바심을 낸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자리를 잡고 싶다',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다 보니 몸이 굳고 캐칭·블로킹 실수가 나왔다. 가능하면 마음을 편하게 먹고 '내가 최고다'라는 자신감으로 하니 더 잘 됐다"고 돌아봤다.
또 "기술은 저보다 더 잘 아시는 코치님들이 계신다. 꾸준히 기회 속에서 그런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더라"라고 강조했다.
포수는 수비가 중요하지만, 공격력을 갖춘다면 금상첨화다.
이해창은 "수비는 당연히 일정 이상 해야 한다. 저는 지금 백업 포수이고, 1군에만 있어도 감사하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늘 주전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타격까지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작년 타율 0.272(254타수 69안타)에 11홈런을 친 이해창은 올해 타율 0.462(13타수 6안타) 2홈런으로 좋은 흐름을 가져가고 있다.
그는 항상 주변에 고마움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다행히 좋은 코치님을 만나서 타격을 향상할 수 있었다"는 이해창은 '한만두'에 대해서도 "로하스가 먼저 쳐줬으니 운 좋게 그런 기록이 나온 것이다. 다른 타자들이 제 차례까지 연결을 해주고 주자들도 나가서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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