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반대한 시장 쫓아내려 시장선거 없앤 러 제4도시

입력 2018-04-04 09:34
푸틴 반대한 시장 쫓아내려 시장선거 없앤 러 제4도시

예카테린부르크, 시장임명제로 전환…"푸틴에 순응하는 인사 앉히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한 러시아 전체주의가 강화되는 분위기 속에 권위주의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시장이 조직적으로 피선거권을 박탈당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제4대 도시인 예카테린부르크의 정치인들은 압도적 지지와 함께 시장 직접선거제를 임명제로 바꿨다.

로이즈만 시장은 2013년부터 재임하면서 크렘린(러시아 대통령실)의 지방정치 간여, 푸틴 대통령의 4기 집권을 비판해왔다.

가디언은 예카테린부르크의 시장 발탁방식 변경이 로이즈만보다 정권에 순종적인 인사를 시장직에 앉히려는 포석이라고 해설했다.



로이즈만은 "이건 예카테린부르크 시민들에게 가하는 직접 모욕이자 예카테린부르크를 괄시하고 시의 전통을 경멸하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예카테린부르크에서는 지난 2일 시민 수천 명이 모여 시장 직선제 폐지안에 반대했다.

시위에 등장한 한 플래카드에는 "우리에겐 꼭두각시가 아닌 시장이 필요하다"고 적혀있었다.

예카테린부르크의 이번 제도 변경안은 푸틴 대통령의 압승으로 막을 내린 러시아 대통령 선거 나흘 뒤에 발의됐다.

가디언은 제도 변경이 애초 대선과 연계됐으나 반정권 인사들을 탄압한다는 지적을 피하려고 그 시점을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로이즈만 시장은 러시아 내에서 공직에 있으면서 푸틴 대통령에게 비판을 가하는 보기 드문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과거 가디언 인터뷰에서 여론조사 기관들이 푸틴의 국정 지지도를 부풀리고 정부가 교사, 노동자, 공무원들을 설문에 동원한다고 주장했다.

로이즈만 시장도 러시아의 대표적 반체제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처럼 러시아 대선을 거부하자는 운동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예카테린부르크 시장은 의전 직에 가깝다. 별도로 임명되는 시 운영관이 대다수 행정 업무를 다루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이즈만이 2013년 선거에서 직설적 화법으로 얻은 명성을 토대로 이변의 승리를 거뒀을 때 이는 지방정치에 크렘린이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됐다.

가디언은 예카테린부르크 시장 직선제 폐지는 푸틴 대통령이 4기 집권에 성공한 뒤 그동안 쌓인 원한을 갚으려는 몸풀기라고 주장했다.

대중의 국수주의를 자극하는 '강한 러시아'를 기치로 내건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대선에서 76.69% 몰표를 얻었다.

그는 이번 4기 임기를 마치면 총리로 최고 권력을 누리던 시절까지 포함해 24년 통치를 기록하게 된다.

이는 30년 이상 권좌를 지킨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비교되는 장기집권이다. 관영언론들은 대선 직후 푸틴 대통령에게 스탈린이나 공산혁명가 블라디미르 레닌을 칭하던 '보즈드'(vozhd) 칭호를 붙이기도 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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