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수능 최저기준 폐지 안할 듯…2020대입, 대학별 '제각각'

입력 2018-04-03 19:35
수정 2018-04-05 14:28
고려대 수능 최저기준 폐지 안할 듯…2020대입, 대학별 '제각각'

연세대 폐지·동국대 완화…성균관대·경희대는 유지 가닥



(서울·세종=연합뉴스) 고유선 이효석 기자 = 고려대가 2020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최저학력 기준을 완화·폐지하는 대학과 유지하는 대학들의 행보가 갈리면서 2020학년도 대입을 준비하는 고2 학생과 학부모의 입시전략이 복잡해지게 됐다.

고려대 관계자는 3일 "다음 주 입학전형위원회가 열려야 최종 입시요강이 나올 것"이라면서도 "(수능 최저학력 기준은) 폐지하지 않을 가능성에 일단은 무게가 더 실려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지원자가 너무 많아지는 등의 부작용을 고려하는 것이지 최근 교육부의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 유도에 반발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고려대는 지난해 치러진 2018학년도 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 모집 인원을 전체 모집 인원의 60% 수준으로 늘렸다.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할 경우 수능이라는 전형 요소가 줄어들기 때문에 수많은 지원자의 학생부 비교과영역 등을 더 면밀하게 평가해야 하는데 학교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성균관대와 경희대 등도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기존에 많이 완화한 만큼 폐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고, 서강대·중앙대·한국외대 등도 최저기준을 유지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비해 연세대는 2020학년도부터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동국대 역시 논술전형에만 있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기존보다 완화하기로 했다.

이처럼 상위권 대학의 2020학년도 입학전형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학생·학부모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공부 방식과 지원 전략에 대한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연세대의 경우 내신성적이 최상위권인 일반고 학생들이 몰려 경쟁률이 높아질 것이고 고려대는 내신이 약간 좋지 않은 일반고 상위권이나 특목고 학생들이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이라며 "수험생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확연히 갈리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교육부의 '오락가락' 정책이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교육부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대상 선정 세부사항을 대학에 안내하며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완화·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대학들이 학종전형 등 특정 전형을 급격하게 늘리는 것을 막고 수시모집에 지원하는 수험생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최저학력 기준 폐지가 오히려 수능의 영향력을 위축시켜 정시모집 비율이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비슷한 시기 교육부는 박춘란 차관이 직접 서울 주요대학 총장들과 전화 통화를 하거나 면담을 해 정시모집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이 역시 대학과의 사전 협의나 학생·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공식 발표 없이 진행된 데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와 모순된 정책으로 풀이될 수도 있어 현장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딸이 고2인 학부모 한모(51)씨는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꾼다고 했다가 유보하고, 수시를 늘리는 건지 정시를 늘리는 건지 이해가 안 되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특히 전화 한 통화로 대입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학생들을 생각하지 않은 상당히 오만하고 권위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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