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 난민선 말레이서 나포…'보트피플' 사태 재연될까

입력 2018-04-03 18:35
로힝야 난민선 말레이서 나포…'보트피플' 사태 재연될까

수년간 사라졌다가 다시 등장…추가 해상탈출 잇따를 수도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로힝야족 난민을 태운 선박이 말레이시아 영해에서 나포되면서 로힝야족의 해상탈출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해양경찰(MMEA)은 이날 자국 영해에 무단 진입한 로힝야족 난민선을 나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선박에는 모두 56명의 로힝야족 난민이 타고 있었다.

해경 관계자는 "이들은 대부분 어린이와 여성들"이라면서 "선박과 탑승자들을 이민 당국에 인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난민선은 최소 3주 이상 안다만 해를 떠돈 것으로 알려졌다.

출발지가 로힝야족 거주지역인 미얀마 라카인 주인지, 방글라데시의 로힝야족 난민캠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는 문제의 난민선이 지난 1일 안다만 해에 면한 태국 남서부 란타 섬에서 목격됐다는 언론 보도 이후 영해를 불법 침입하는 선박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왔다.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불교가 주류인 미얀마에서 기본권이 박탈된 채 심각한 박해를 받아왔다.

특히, 작년 8월부터는 미얀마 군경이 벌인 로힝야족 반군 토벌 작전이 인종청소로 변질하는 바람에 수천 명이 살해되고 70만 명에 육박하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미얀마에서는 지난 2012년에도 불교도와 이슬람교도 간에 대규모 유혈충돌이 벌어졌으며, 당시에는 2만5천 명이 넘는 로힝야족 난민이 인근 이슬람 국가로 가기 위해 목숨을 건 해상탈출을 감행한 바 있다.

목적지는 주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태국이었으며, 배가 전복되는 바람에 난민들이 무더기로 숨지는 참사도 빚어졌다.

로힝야족 난민선은 이후 태국 정부가 해상 인신매매를 강력히 단속하면서 사라졌지만, 민주화와 인권의 상징이었던 미얀마의 최고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마저 로힝야족 문제를 외면하는 등 사태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방글라데시-미얀마의 접경지대에 있는 난민캠프에는 아직도 하루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로힝야족 난민이 새로 유입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번에 나포된 난민선을 시작으로 로힝야족 난민의 해상탈출 시도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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