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 해설서 완간 무비스님 "눈 감기 전 책 나와 다행"

입력 2018-04-03 17:35
화엄경 해설서 완간 무비스님 "눈 감기 전 책 나와 다행"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화엄경 해설서 마무리 작업을 하면서 절체절명의 순간을 떠올리며 살았습니다. 출판사에 독촉을 많이 했는데 열반에 들기 전 불교 사상의 정수인 화엄경 해설서가 나와 다행입니다."

부처가 최초로 설한 경전인 화엄경을 풀어쓴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 강설' 81권을 국내 최초로 완간한 무비 스님(75)은 3일 범어사에서 이같이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무비 스님은 "모든 불교 사상이 다 들어있는 화엄경 공부를 하지 않고 불교를 논할 수 없다"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 땅에 화엄경을 깔아야겠다'고 말한 법공양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화엄경(華嚴經)으로 불리는 대방광불화엄경은 불교 최고의 경전이지만 부처가 자신이 깨달은 진리를 별도의 풀이 없이 그대로 드러내 보여 내용도 어렵고 분량도 방대해 화엄경을 해설한 책은 찾기 힘들었다.

이 때문에 화엄경을 번역한 책은 있었지만 화엄경을 우리 말로 알기 쉽게 풀이한 해설서 발간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님이 화엄경 해설서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1970년대 중반 탄허 스님의 화엄경 번역서 '화엄경합론' 출판 과정에 교열 작업 등을 하면서부터다.

무비 스님은 "번역서는 한자를 직역해 너무 어려웠다. 현대에 맞게 내 나름대로 번역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시작이었다"며 "원고지에 한 자 한 자 쓰다가 손가락이 마비돼 타자기, 컴퓨터를 활용하면서 한문으로 된 화엄경을 최초로 전산화했다"고 말했다.

스님은 "화엄경을 공부하며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음미했고 반대로 어려운 대목은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며 "특히 화엄경의 정수인 38품, 39품은 꼭 읽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1958년 부산 범어사에서 여환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무비 스님은 월정사 탄허 스님에게서 화엄경을 배워 그 강맥(講脈)을 잇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과 부산 범어사는 4일 오후 2시 범어사에서 '대방광불화엄경 강설' 완간 기념 봉정법회를 열 예정이다.

총무원장 설정 스님과 범어사 주지 경선 스님 등이 참석하는 이날 법회에서 무비 스님은 대방광불화엄경 강설 1천 질을 종단에 기증한다.

win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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