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 녹아있어"…오페라에 등장한 광화문·구미호·판소리
한국오페라 70주년 기념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27일 개막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제가 여러 번 모차르트 오페라 공연을 올렸는데 관객분들이 웃어야 할 부분에서 못 웃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번 공연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이해하기 쉽게 번안·각색했습니다. 물론 한국어로 공연돼요."
오는 27일부터 5월 27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제9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서는 서양에서 탄생한 오페라를 한국적으로 수용하려는 시도가 잇따른다.
1948년 1월 16일 명동 시공관에서 공연된 '춘희'(라 트라비아타)로 시작된 한국오페라 70주년을 기념하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한다는 의미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서울오페라앙상블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5월 4~6일)다.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는 본래 '지상에 이를 때까지 뒤돌아보지 말라'라는 금기를 어겨 아내를 영영 잃어버렸다는 그리스 신화 속 이야기를 모티프로 하지만, 서울오페라앙상블은 이 이야기를 모두가 잠든 새벽의 광화문역 플랫폼으로 옮겨왔다.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단장은 3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신화의 공간이 아닌 '지금, 여기'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며 "바로크 오페라지만 우리 삶이 녹아있는 '광화문 오페라'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은 이 작품을 2010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한 이후 2015년 밀라노 세계엑스포 초청공연에서까지 꾸준히 선보여왔다. 대극장 버전으로 이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누오바오페라단의 '여우뎐'(5월 11~13일)은 한국 전래 설화 '구미호'를 소재로 한 창작 오페라다.
2016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초연된 이 작품은 '인간이 되기 위해 기다린 천년의 세월'이란 소재를 바탕으로 사랑과 희생의 가치에 대한 이야길 전한다.
강민우 누오바오페라단 단장은 "구미호를 현대로 데려온 작품"이라며 "고전을 살리면서도 뮤지컬적 요소 등을 도입해 젊은 관객부터 노인까지 두루 즐길 수 있는 오페라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소극장용 오페라로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번안한 울산싱어즈오페라단의 '썸타는 박사장 길들이기'와 판소리와 오페라를 결합한 코리아아르츠그룹의 판오페라 '흥부와 놀부'가 선보여진다.
김방술 울산싱어즈오페라단 단장은 "한국어로 번안했을 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담으려 했다"며 "작품 중 코믹한 부분은 아예 노래에서 대사로 바꾸는 등 연극적 요소를 많이 가미했다"고 소개했다.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갈라'(5월 19~20일)도 우리말로 노래하는 임준희의 '천생연분'으로 시작한다.
윤호근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한국오페라 7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정체성 확립 차원에서 한국오페라로 갈라 프로그램의 문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갈라는 한국에서 공연된 최초의 오페라인 '춘희'부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오페라로 꼽히는 '리골레토', 국립오페라단이 한국 초연한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등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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