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가사노동도 예술활동이 된다…'히든 워커스'展
코리아나미술관서 6월 16일까지 열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미국 작가 미얼 래더맨 유켈리스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집안일을 하느라 창작 활동을 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서른 살이 된 1969년 가사노동이 예술활동임을 선언했다. 그러고는 작가가 미술관에서 하는 걸레질은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퍼포먼스라고 주장했다.
서울 강남구 코리아나미술관이 개관 15주년을 맞아 5일 개막하는 기획전 '히든 워커스'는 유켈리스의 퍼포먼스처럼 여성들의 '숨겨진 일'을 조명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2013년에 개관 10주년 기획전 '텔 미 허스토리', 2015년에 특별전 '댄싱 마마'를 개최하는 등 미술 속의 여성에 관심을 보여온 코리아나미술관은 이번 전시에서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여성 노동이 사회구조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핀다.
관찰자 혹은 기록자로서 여성 노동에 접근한 국내외 작가 11명의 작품 14점에는 색다른 시각과 비판 의식이 담겼다.
예컨대 임윤경은 아이돌보미 여성이 아이들에게 보내는 영상편지를 모은 작품 '너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직장 여성이 육아를 전담하는 여성을 고용해야만 하는 역설적 상황을 꼬집는다.
또 아이를 대하는 일이 힘든 감정노동임을 지적하고, 나아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성들이 하는 노동이 전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콜롬비아 태생의 릴리아나 앙굴로는 백인 가정에서 가사를 돌본 흑인 여성들의 안타까운 개인사를 주목해 제작한 사진 작품 '유토픽 네그로'를 선보인다.
벽지와 비슷한 문양이 들어간 옷을 입은 사진들을 보면 까맣게 칠한 얼굴과 손만 두드러진다. 흑인 여성의 가사노동은 성별뿐만 아니라 인종적 차원에서도 조작되고 숨겨졌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박혜진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에서 예술가들은 여성의 노동 이면에 있는 내재화된 역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냈다"며 "여성의 일을 둘러싼 쟁점들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그 영향권에 있기에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6월 16일까지 이어진다. 관람료는 성인 4천원, 학생 3천원. 문의 ☎ 02-547-9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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