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활동 마지막까지 집행부 감싼 대전시의회

입력 2018-04-03 11:44
의정활동 마지막까지 집행부 감싼 대전시의회

재의요구 공무원 위원 축소 조례안 상정 안 해

(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대전시의회가 재의(再議·의결된 안건에 대해 다시 심사하는 절차) 요구를 받은 도시공원위원회 공무원 위원 축소 조례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폐기했다.



자신들이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조례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고 의정활동을 마무리함으로써 시의회는 '시민이 부여한 권한을 스스로 내팽개쳤다'는 오명을 안고 막을 내리게 됐다.

시의회는 3일 제7대 의회 마지막 본회의인 제237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 시로부터 재의 요구를 받은 '도시공원 및 녹지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 재의 요구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이 조례안은 도시공원위원회의 공무원 당연직 위원(5명)을 폐지하는 대신 4급 이상 공무원(2명)과 시의회 의장이 추천하는 시의원(1명)을 위원으로 임명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도시공원위에 공무원인 당연직 위원이 지나치게 많아 위원회가 시의 입장과 다른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은 만큼 공무원 위원을 축소해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개정이 추진됐다.

시의회는 지난 1월 제235회 임시회에서 이 조례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시가 조례로 참여 공무원의 인원을 제한하는 것은 시장에게 부여한 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재의 요구를 통해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시의회가 재의 요구건을 상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상당 부분 예견됐다.



재의 요구를 받은 조례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조례로 확정되는 데 시의회로서는 가결·부결 모두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조례안이 부결되면 지난 회기에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조례안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 되고, 가결되면 재의를 요구한 시와의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상정 보류를 최선책으로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김동섭 의원은 본회의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조례안 재의요구 건 상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의원은 "이 조례안은 동료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집행부로 이관시켰지만, 집행부에서 조례안을 다시 심사해 달라고 해서 의회로 넘어온 것"이라며 "이 건을 상정하지 않고 계류시킨 상태에서 시의원 임기가 끝난다면 우리는 시민이 부여한 의무와 책무를 소홀히 한 셈이 된다"고 따졌다.

이어 "재의 요구건을 상정해 우리의 마지막 회의 장소인 본회의장에서 처리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우리 의회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역할에 소홀함이 없도록 안건이 상정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경훈 의장은 "최근 의회 운영위원회 간담회에서 재의 요구건을 오늘 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짧게 답변한 뒤 회의를 이어갔다.

시의회가 제7대 의회 마지막 본회의인 이날 재의 요구건을 상정하지 않음에 따라 이 조례안은 자동으로 폐기됐다.

한편 시의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예방 지원조례안, 아이 돌봄 지원 조례안 등 조례안 30건 등 모두 43건의 안건을 처리한 뒤 제7대 의회 4년간 의정활동을 마무리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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