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안고 화해와 상생으로"…종교계, 제주 4·3 추모 동참(종합)

입력 2018-04-03 17:01
수정 2018-04-03 17:16
"아픔 안고 화해와 상생으로"…종교계, 제주 4·3 추모 동참(종합)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제주 4·3 70주년 맞아 종교계도 추모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주 4·3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영산재를 봉행했다.

영산재에 앞서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은 총무부장 정우스님이 대독한 추모사에서 "영산재를 통해 제주 4.3사건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모진 아픔으로 숨죽여 살아왔던 제주도민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치유돼 평온함이 오기를 염원한다"고 밝혔다.

또 "제주의 아픔과 고통에 대한 진실이 규명되고 피해자 명예회복이 이뤄지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며 "현재 국회에서 진행 중인 제주4.3특별법 개정을 비롯해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활동 등 억눌린 역사가 올바르게 쓰여지는 진실한 시대를 만들기 위해 종단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의식은 중요무형문화재 50호 영산재 이수자 동환스님을 비롯해 스님 6명의 집전으로 진행됐다.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70주년 추념식에 불교계 대표로 참석했다.

원불교 역시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희생자를 추모하는 천도재를 봉행했다.

원불교는 오는 4~7일에도 광화문 광장에서 천도재를 봉행할 예정이며, 마지막날인 7일에는 천도재에 이어 특별법회도 개최한다.

개신교계 교단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이날 "냉전을 대물림해 온 70년의 아픔을 끌어안고 참 평화와 상생의 길로 나아가겠다"는 다짐을 담은 제주 4·3 70주년 성명을 발표했다.

NCCK는 성명에서 "(제주 4·3의) 질곡의 역사 속에 교회는 분단과 냉전을 신학적으로 정당화하면서 빛을 잃고, 일부는 신앙의 이름으로 자매·형제·부모 그리고 이웃을 총칼 앞에 서게 했다"며 "우리 안의 무서운 폭력성을 회개하고 우리의 잘못을 사죄한다"고 밝혔다.

NCCK는 "제주 4·3이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다시 평화의 꽃으로 피어나길 바란다"며 제주 4·3의 진상규명과 희생자의 명예회복,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정책적 개혁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NCCK는 오는 4일 낮 12시 서울 광화문 광장 제주 4·3 추모 부스 앞에서 '제주 4·3 역사정의와 화해를 위한 기도회'를 개최한다.

이날 기도회에서는 남재영 목사(NCCK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가 설교한다. NCCK는 기도회 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제주 4·3 사건과 개신교'를 주제로 이야기마당을 개최할 예정이다.

NCCK는 앞서 지난달 28일 제주 4·3 피해지역인 의귀마을 현의 합장묘와 무장대 무덤에서 기념식수를 한 데 이어 제주4·3평화재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제주 4·3을 널리 알리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천주교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날 제주 4·3 희생자와 유족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한 데 이어 오는 7일 오후 3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제주 4·3 70주년 추념 미사'를 개최한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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