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사익편취' 효성 조현준 고발…계열사들엔 과징금 30억
공정위, 퇴출위기 처한 조현준 개인 회사에 그룹 차원 지원 적발
효성 계열사 통해 250억 전환사채 무상 지급보증…조석래 명예회장은 고발 면해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2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효성 조현준 회장이 또다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퇴출위기에 처한 자신의 개인 회사를 효성 그룹 차원에서 지원하도록 관여한 혐의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이하 갤럭시아)의 지배주주인 조 회장과 송형진 효성투자개발 대표이사, 임석주 효성 상무, 각 법인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3일 밝혔다.
공정위는 아울러 효성에 17억1천900만원, 갤럭시아에 12억2천700만원, 효성투자개발에 4천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하고 시정명령도 내렸다.
공정위 조사 결과 효성은 부동산 개발회사인 효성투자개발을 통해 경영난을 겪었던 발광다이오드(LED) 제조회사 갤럭시아를 부당하게 지원해 조 회장의 주머니를 불린 것으로 드러났다.
갤럭시아는 2012년 이후 매년 13억∼157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3년에는 해외 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이 지급해야 할 돈을 대규모 유상감자로 마련해 자금난이 더 심해졌다.
2014년에는 회계법인이 감사보고서 한정의견을 내 금융권을 통한 자체적인 자금조달이 불가능해졌고, 차입금 상환요구까지 직면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다.
이러자 당시 조 회장이 등기이사이자 사장, 전략본부장이었던 효성이 나섰다.
효성 재무본부는 최근 3년간 평균매출액이 8억원에 불과하고, 대표이사가 조석래 명예회장의 친척인 효성투자개발을 지원 주체로 결정했다.
효성 재무본부의 설계는 이렇다. 갤럭시아가 발행한 2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금융회사가 인수하도록 효성투자개발이 사실상의 지급보증을 서 주는 것이다.
수단은 총수익스와프(TRS)였다. 이는 금융회사가 페이퍼 컴퍼니인 SPC(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해 주식을 매수한 다음 실제 투자자로부터 정기적으로 수수료를 받는 방식을 말한다.
갤럭시아는 SPC와 CB를 발행·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효성투자개발은 SPC와 TRS 계약을 체결했다.
TRS 계약은 2년 뒤인 정산 시점에 청산가격인 원금 250억 원 대비 공정가격이 낮아 손실이 나면 효성투자개발이 SPC에 차액을 지급하고, 반대로 이익이 나면 SPC가 효성투자개발에 차액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효성투자개발은 손실정산 의무 때문에 300억 원에 달하는 부동산 담보를 제공하고, 이 담보가치를 훼손하는 경영활동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족쇄가 채워졌다.
효성투자개발 입장에서는 손실만 예상되는 이 거래를 할 합리적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 회사가 TRS를 거래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고, 무엇보다 거액의 신용 위험을 지며 사실상 지급보증을 갤럭시아에 제공했음에도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했다.
반면 갤럭시아로서는 인수자의 중도 상환요구권이 없어 회계상 자본으로 처리되는 30년 만기 후순위 무보증 CB를 연 5.8% 저금리로 조달할 수 있다. 자본금의 7.4배나 되는 규모였다.
효성 재무본부는 TRS 거래 만기가 다가오자 계약 기간 연장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결국 조석래 회장이 CB 전액을 인수하며 거래가 종결됐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결과적으로 특수관계인인 조 회장에게 부당한 이익이 귀속됐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조 회장은 갤럭시아 퇴출을 막아 기존 투자금을 보존했고 경영권이 유지됐으며, CB 발행을 통한 금리차익도 지분율(약 9억6천만원)만큼 받았다.
아울러 당시 효성그룹 승계 과정에서 갤럭시아 경영실패에 따른 평판 훼손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마땅히 퇴출당해야 할 갤럭시아가 살아남아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LED 조명 시장의 공정한 경쟁 기반이 훼손됐다고 공정위는 봤다.
공정위는 조 회장이 이 거래 과정 전반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는 점 등을 관여 증거로 봤다.공정위 사무처는 조 회장 사익편취 행위 과정에서 아버지인 조석래 명예회장도 관여했기 때문에 함께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전원회의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과거 외환위기 시절 많았던 부실 계열사 지원 관행이 총수일가 사익편취 목적으로 재발한 사례"라며 "경영권 승계 과정에 있는 총수 2세에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고 중소기업의 경쟁 기반마저 훼손한 사례를 적발해 엄중히 제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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